겹벚꽃 만개한 생가, 난설헌의 굴곡진 삶이 안타까웠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랜만에 강원도 여행을 떠났다.
지금쯤 강릉 난설헌생가에는 겹벚꽃이 활짝 피었으리라.
만개한 분홍빛 겹벚꽃으로 둘러싸인 난설헌 생가는 마치 솜씨 좋은 화가가 정성 들여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생가 바로 곁에 있는 기념관으로 가는 길에 강릉 허씨 5 문장으로 불리는 허엽, 허성, 허봉, 허난설헌, 허균의 시비가 서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숙귀 기자]
▲ 꽃밭으로 변한 난설헌생가 |
ⓒ 김숙귀 |
오랜만에 강원도 여행을 떠났다. 지금쯤 강릉 난설헌생가에는 겹벚꽃이 활짝 피었으리라. 버스로 다섯 시간을 달려 묵호에 도착했다. 끝없이 펼쳐진 동해바다를 앞마당으로 들여놓은 묵호등대 근처 숙소 주인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짐을 풀고 그동안 꾹꾹 눌러 담아놓았던 그리움을 한껏 풀어내렸다.
24일, 차를 빌려 타고 난설헌생가에 갔다. 순두부 끓이는 고소한 냄새가 퍼지는 초당마을 솔숲 속에 차를 세우고 허초희, 그녀의 흔적을 따라 들어갔다. 만개한 분홍빛 겹벚꽃으로 둘러싸인 난설헌 생가는 마치 솜씨 좋은 화가가 정성 들여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집안 마당도 꽃천지로 변해 있다. 사랑채에 교산 허균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 10분 거리에 경포호가 있는 초당동 솔숲속에 단아하게 앉은 난설헌생가 |
ⓒ 김숙귀 |
▲ 총명하고 진취적이었으나 이단아로 낙인찍혀 결국 역적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한 허균. 소설 홍길동전에서 그의 개혁적인 사고의 한 편린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생전에, 불행하게 죽은 누이의 글을 모아 중국과 일본에서 난설헌시집이 발간되게 했으며 난설헌의 시가 칭송을 받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
ⓒ 김숙귀 |
그는 총명하고 진취적이었으나, 이단아로 낙인찍혀 결국 역적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는 생전에, 불행하게 죽은 누나의 글을 모아 중국과 일본에서 난설헌시집이 발간되게 했으며 난설헌의 시가 칭송을 받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내외 담을 지나 안채로 들어갔다. 조선의 반가(班家)에서 볼 수 있는 내외 담은 가옥 내부를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지키며 남녀의 공간 사이에 만들어져서 남녀가 내외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정갈한 마당 한쪽에 모란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 난설헌 영정. |
ⓒ 김숙귀 |
아버지 허엽이 객사하고 허봉과 허균이 유배를 가는 등 친정이 몰락하자 시댁의 냉대는 심해지고, 두 아이마저 잃은 난설헌은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스물일곱의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 난설헌의 시(詩) '채련곡' 당시 도학을 추구하던 다수의 선비들은 규방의 아녀자로서 한시를 지어 이름이 집밖으로 알려지고 내용이 또한 천박하다고 비난하였다고 한다. |
ⓒ 김숙귀 |
영정 앞에 서서 그녀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조선에 태어난 것, 여자로 태어난 것, 김성립과 혼인한 것, 이 세 가지가 한스러웠다는 난설헌의 굴곡진 삶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생가 바로 곁에 있는 기념관으로 가는 길에 강릉 허씨 5 문장으로 불리는 허엽, 허성, 허봉, 허난설헌, 허균의 시비가 서 있다. 두 아이를 잃은 슬픔을 쓴 난설헌의 작품, '곡자(哭子)'를 읽노라니 그녀의 애절한 심정이 내 마음을 울린다.
▲ 풍성하고 아름다운 진분홍빛 겹벚꽃. |
ⓒ 김숙귀 |
생가 주위로는 초당순두부집들이 많다. 난설헌의 아버지 초당 허엽이 깨끗한 바닷물로 간을 맞추어 두부를 만들었는데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자 자신의 아호를 붙여 초당 두부라 했다고 전해진다.
▲ 아름다운 난설헌생가. |
ⓒ 김숙귀 |
▲ 생가 곁에 있는 소나무숲. 난설헌 문화제를 알리는 등이 달려있다. |
ⓒ 김숙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 민생은 일촉즉발 공포상황인데... 공정위의 엉뚱한 걱정
- 부산 봉지테러에, '평화의 소녀상' 작가가 저작권법 칼 빼든 까닭
- "여자는 되고 남자는 안 되냐"는 질문에 답한다
- 아일릿은 뉴진스의 표절작?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 [오마이포토2024] '디올 백' 든 김건희 여사 풍자하는 시민
-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 점점 드러나는 몸통... '수사외압' 고발 당하는 대통령
- 노동자가 뽑은 경남 최악 살인기업에 창원시청이 선정된 이유
- 박지원의 쓴소리 "명심팔이하면 민심이 어디로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