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각국 대처법…日·英은 ‘대놓고’ 한국은 ‘스텔스 모드’
‘예측 불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대비한 세계 각 국의 대응 방식에 대해 미국 언론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의 동맹들이 혹시 모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사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한국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스텔스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당 기사에서 “워싱턴의 로비 거리에는 바이든 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포함해 통상 및 투자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한 한국인들로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현직인 바이든 행정부의 눈치를 보면서도 트럼프 당선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의 '물밑 외교' 양상을 전한 말로, 매체는 이를 ‘스텔스 매너(stealth manner)’라고 표현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처럼 가급적 드러나지 않게 트럼프의 심중을 아는 인사들을 간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정부는 IRA를 대표적 성과로 제시하고 있지만, 트럼프 측 인사들은 “IRA 폐지”를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만약 IRA가 트럼프 2기 때 번복될 경우 현대자동차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게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바이든 정부의 엄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와의 직접 접촉하고 있다고 평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23일 총리 출신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가 뉴욕 트럼프 타워까지 찾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난 일을 들었다. 일본은 아소 부총재의 트럼프 접견 외에도 트럼프 1기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의 유명한 ‘골프 회동’ 당시 통역을 담당했던 인사를 주요 보직에 중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이처럼 대담한 ‘트럼프 관리’ 행보를 두고 일본 내 평가도 다소 엇갈린다. NHK는 25일 보도에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는 경우를 대비한 유익한 의원 외교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촉 등 관계 구축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요미우리 신문은 “미 정부 관계자로부터 ‘아소 전 총리의 회동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란 쓴소리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국빈 방미 2주만에 이뤄진 아소 부총재의 트럼프 접견에 대해 “바이든 정부에 '양다리 외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다른 동맹들도 ‘트럼프 보험 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 8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압박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전 총리)은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가 강조하는 불법 이민과 펜타닐 문제의 당사자인 멕시코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외교장관을 지낸 마르첼로 에드바드를 차기 외교장관으로 발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트럼프 재임 시절 고관세로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을 맞았던 독일은 자국 업체들이 진출한 오클라호마, 아칸소, 앨라배마 등의 공화당 성향 주지사 등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차근차근 진지를 구축하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현역 국가 지도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관리'하는 나라도 있다. 지난 2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직접 회동했다. 폴란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지난 17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지난달 플로리다 마러라고 저택에서 트럼프와 회동했다.
이를 두고 정부 소식통은 “아직 미국의 대선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았고,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인의 당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외교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몇달전 트럼프 면담에 실패한 아소 다로 부총재가 결국 트럼프와 공개 회동을 한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외교에선 종종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며 “서로 다른 각국의 대처에 성공 유무는 미 대선 이후에야 판가름 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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