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일촉즉발 공포상황인데... 공정위의 엉뚱한 걱정

권성훈 2024. 4. 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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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산업 위축' 우려하며 가맹사업법 개정안 우려... 가맹점주들 '분노'

[권성훈 기자]

 
지난 23일, 오랜 기간 법사위에 계류 중이었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었다. 이번 조치는 계속된 법사위의 처리 지연으로 회기 종료 시 해당 개정안이 폐기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가맹점주들의 단체 교섭권 및 단체 등록제 등을 포함하여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관련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비슷한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공정위와 여당의 이러한 입장은 가맹본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맹점주 단체들은 공정위와 여당이 앞에서는 민생을 외치고 뒤에서는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하며, 이번 법 개정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껏 본사와 우리 사이에 협의다운 협의는 없었습니다. 법이 없으니 그래도 되니까요. '갑질'이란 게 뭔가요? 따지고 보면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하라는 게 '갑질'이잖아요. 지금까지 그렇게 갑질한 걸 생각하면, 또 앞으로 갑질할 걸 생각하면 최소한 이런 법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위와 같이 의견을 밝혔다. 그는 과거 가맹본부로부터 '가맹점사업자 단체'를 구성하고 가입·활동했다는 이유로 강제 폐점을 당한 이력이 있다.

이렇게 가맹본사는 마음에 안 드는 가맹점을 얼마든지 강제 폐점시킬 수 있다. 반면 영업 적자에 너무 힘들어 스스로 '폐점'하겠다는 가맹점에는 계약서의 '위약금' 조항으로 퇴로를 막아 고사시키기도 한다. 작년 국감 대상에까지 오른 어느 떡볶이 가맹본부가 대표적 사례다.

공평이 아니라 형평을 맞춰달라는 것이다

공평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의미한다. 반면 형평의 개념은 "균형"이다. 각자의 차이를 고려하여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로 '형평'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가맹점주들에게 '굉장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가맹본사는 계약서 약관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갑'이고 점주는 '갑'이 만든 계약서에 가타부타하기 어려운 '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맹사업에 필요한 것은 '공평'이 아니라 '형평'이다. 그리고 '형평'을 맞추는 것이 바로 '법'이다. 이번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바로 그 형평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이번 여당의 반응은 단순한 법률 개정을 넘어서 정치적 계산과 경제 정의 사이의 긴장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여당의 입장은 그들의 주요 지지 기반인 기업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그들 또한 총선 전에는 '민생'을 외쳤던 만큼 민생의 한 축인 점주들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위의 반응은 정말 뜻밖이었다.

"다수 점주 단체가 반복적으로 협의를 요청해 가맹본부 부담이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고, 이는 협의 절차 형식화를 초래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 갈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영업 상황은 최악이지만 프랜차이즈 산업은 성장하고 있었다.
ⓒ 공정거래위원회
 
이에 대해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하는 B씨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브랜드가 대략 만개가 넘는다고 해요. 이걸 기준으로 현재 점주 단체 설립 비율을 보면 우리 가맹점주 협의회에 가입한 단체가 대략 60여 개니까 0.6%죠. 그나마 현재 활동하는 단체는 더 적어요. 그런데 무슨 '다수의 점주 단체'를 걱정하나요?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근로자들은 어떤가요? 복수 노조요? 복수는커녕 단일 노조 설립률도 낮데요. 노동자도 이런데 하물며 사장 혼자서 하루 12시간 이상 1년 365일 가게 운영에 치이는 자영업자들은 한 개 단체도 못 만드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성이 본사와 다수의 점주 서로 투자해서 동업자처럼 하는 사업인데 '협의'는 당연히 기본 아닌가요? 이런 기본도 못 하는 회사라면 그런 회사는 퇴출당해야지요.

우리 브랜드는 점주 단체가 있고 주기적으로 본사와 같이 협의회를 운영 중입니다. 만 가지 법보다 한 번의 대화가 갈등을 풀거나 완화 시키더군요. 그런데 무슨 '갈등 심화'입니까?

지금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은 진입 장벽이 너무 낮아요. 너무 쉽게 차리고 이익도 너무 쉽게 챙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러니 자격도 안 되는 가맹본부들이 난립하는 거죠. 따라서 가맹사업법을 더욱 강화해 난립을 막아야지요. 그래야 우리나라 자영업의 과열 경쟁도 막을 수 있지요."

난립으로 인한 공멸을 걱정할 때
  
▲ 이미 '공멸'의 신호탄은 쏘아졌다. '프랜차이즈' 키워드로 검색했지만 결과는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화면은 단 1시간 동안의 결과다.
ⓒ 자영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
    
현재 자영업 시장, 특히 음식점은 과열 경쟁에 경기 하락까지 겹쳐 그야말로 '비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는 거의 매일 올라오는 관련 뉴스와 자영업 커뮤니티에 쏟아지는 가게 매물만으로도 그 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모순되게도 프랜차이즈 산업은 그동안 지속 성장한 것으로 통계 자료에 나타났다. 특히 가맹본부와 브랜드의 증가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외식업종' 비중이 압도적인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 증가는 음식업종의 과열 경쟁의 원인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이를 방증하듯 신생 브랜드의 '무비용 창업, 숍인숍 창업'등 저비용의 손쉬운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이로 인한 '위약금' 피해 사례도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이는 관련 기사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총선 때 최대 화두 중 하나도 바로 '자영업의 위기'였다. 물론 이번 '자영업 위기'에는 공공요금을 포함한 물가인상, 고금리와 고임금 등 여러 원인이 복합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특정업종에 과다한 신규진입으로 인한 공급과잉'이 자영업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었다.

따라서 약간의 통찰력만으로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한 신생 프랜차이즈의 난립이 '특정업종에 과다한 신규진입'을 촉발한 유기적 원인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여당과 공정위는 엉뚱하게도 프랜차이즈 산업의 위축을 염려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우리나라 기간 산업이 아닌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서비스 산업일 뿐이고 그리고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그렇다면 자영업의 과열 경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 아닐까? 따라서 여당과 공정위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입법 추진해야 한다.

여당과 공정위가 진심으로 프랜차이즈 산업과 민생을 생각한다면 시장의 과열 경쟁과 오로지 수익성에 매몰된 본사 갑질에 고사하는 점주들을 걱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프랜차이즈 산업의 '위축' 따위가 아니라 이 나라 '민생'의 한 축이 급격히 무너지고 그 도미노 효과로 프랜차이즈 산업까지 무너지는 진정 공포스러운 풍경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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