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의 후계자 찾기, 이렇게 싱겁게 끝나다니!

김동근 2024. 4. 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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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쿵푸팬더4>

[김동근 기자]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가진 내면의 힘을 발견한 이후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많은 것을 이미 이룬이 후에도 분명히 해야 할 일은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오면 종종 길을 잃기도 한다.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생각은 곧 태도로 이어진다.

지금 가진 것을 계속 가지고 싶다는 생각, 내가 가진 능력을 이용해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태도를 변화시킨다. 어떤 사람은 오만해질 것이고, 어떤 사람은 무료함에 빠질 것이다. 사실 인생 속에서 이런 순간들은 꽤 많이 찾아온다.

쿵푸 마스터 포의 후계자 찾기

영화 <쿵푸팬더4>는 쿵푸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용의 전사 포(목소리 : 잭 블랙)의 네 번째 이야기를 담는다. 뚱뚱하고 굼뜬 자신의 모습에서 실망하던 포는 우연히 용의 전사로 지목받고, 내면에 숨겨진 자신만의 힘을 찾는다.

그 과정은 코믹했지만 모든 것은 이미 자기 자신 안에 있다는 가르침을 관객에게도 전달했다. 그렇게 자신만의 힘을 찾은 포는 생부도 찾고 다양한 악당들을 물리치며 진정한 마스터로 거듭났다.
 
 영화 <쿵푸팬더4>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이번 편에서는 포의 후계자를 찾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영화 초반 포의 스승인 시푸(목소리: 더스틴 호프만)는 포에게 이제 후계자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시리즈가 거듭나면서 포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많은 무술 마스터를 이겨내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무술 스타일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이룰 것을 모두 이룬 위치에 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포는 자신의 후계자를 찾기 싫어한다.

포는 아직도 자신이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자신의 뒤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의 말대로 여전히 할 일은 남아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포도 퇴장해야 할 시기가 분명히 온다. 시푸는 이미 많은 마스터들이 물러나고 은퇴하는 것을 봐왔다. 아마도 자신의 기술을 미처 전수하지 못한 채 사라져 간 수많은 마스터들도 목격했을 것이다. 그래서 시푸는 계속 다음 용의 전사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포에게 한다.   

영화에는 여우 젠(목소리: 아콰피나)이 등장한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크고 작게 속이며 살아온 사기꾼이다. 포가 머무는 사당에도 찾아온 그녀는 사당 안의 보물들을 건드리며 포를 자극한다. 실제로는 이 영화이 빌런인 카멜레온(목소리: 비올라 데이비스)이 파견한 스파이였지만, 포와 함께 작은 모험을 하면서 포의 따뜻함과 유쾌함에 동화된다. 젠은 그저 자신을 키워준 카멜레온의 말을 충실히 따르며, 끌려가는 삶을 살아간다.

팬더 포의 또다른 성장기

포는 젠을 자신의 후계자로 선택하게 되는데, 왜 젠일까? 포의 주변엔 다음 용의 전사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은 전사가 이미 존재한다. 그런데 왜 평범한 사기꾼 젠을 선택한 것일까. 그건 젠의 선함과 용기를 봤기 때문이다. 젠은 사기꾼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다.

그것을 포 앞에서 증명했고 자신도 옳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치 포가 처음 용의 전사가 되었을 때처럼, 젠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면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믿어주는 포가 있어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포가 처음 용의 전사로서 힘을 쓰게 된 것도 자신의 능력을 믿어준 사람이 있고, 그 힘이 내면에 있다는 걸 보본인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영화 <쿵푸팬더4>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쿵푸팬더4>에서 포는 쿵푸 마스터에서 스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오직 자신의 임무와 일만을 생각했던 그는, 젠을 만나면서 비로소 자신이 스승이 될 차례라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자신이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포에게 여전히 성장할 것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능력을 나누고 또 전수해야만 그 평화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쿵푸팬더4>는 지난 시리즈들이 가지고 있었던 긴박함이나 빌런의 강력함이 훨씬 줄어들었다. 능력을 흡수하는 카멜레온을 등장시켜, 모든 쿵푸 마스터들의 능력을 재활용하지만, 조금은 허무하게 제압되고 만다. 포와 젠이 카멜레온을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경쾌하고 리듬감있지만, 후반부 카멜레온과의 대결은 무척 싱겁게 마무리된다. 

포는 자신의 후계자를 찾아서 내면의 평화를 찾았다. 앞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계관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는 등장인물이나 배경을 달리하여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잭 블랙의 목소리 연기는 여전히 유쾌하지만, 무적의 5인방이 등장하지 않고 그 외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점은 이 시리즈의 동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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