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로만 부족…‘이 브랜드’가 돼야 한다”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 인터뷰

문수정 2024. 4. 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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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초대석] K뷰티 대표 브랜드 ‘닥터지’ 만든 고운세상코스메틱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가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고운세상코스메틱 본사 1층에서 K뷰티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남=권현구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K’는 압도적인 브랜드가 됐다. K컬처, K콘텐츠, K푸드, K클래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인기다. ‘K뷰티’ 또한 압도적인 기세로 세계 시장에서 뻗어 나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3월 화장품 수출액은 23억 달러(약 3조1500억원)로 역대 최고 분기 수출 실적을 냈다.

K뷰티가 해외에서 각광받기 시작했을 무렵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활약했다면 지금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여전히 중국이 화장품 수출 1위 국가지만 미국, 일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이 다양해졌다.

K뷰티 성장의 주역 또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1분기 수출 규모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한 비중이 60% 이상이었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가 K뷰티 실적을 견인할 수 있었던 것은 왜일까. K뷰티의 대표 브랜드 ‘닥터지’를 만드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이주호 대표를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고운세상코스메틱 본사에서 만났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0%의 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소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인기를 실감하는가.
“한국 화장품을 면세점에서 사는 게 아니라 올리브영에서 사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었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제품을 외국 관광객들도 사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K뷰티 제품이라고 하면 ‘믿고 산다’는 분위기가 있다. 닥터지는 2007년 아시아 최대 화장품 멀티숍인 홍콩 ‘사사’(SASA)와 독점 계약을 했다. 홍콩에서 먼저 러브콜이 들어와서 성사된 계약이다. 현재 약 20개국에 진출해있는데 올해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타깃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가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고운세상코스메틱 본사 1층에서 K뷰티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남=권현구 기자


-미국 시장이 중요한 이유가 있나.
“미국시장에서 잘 되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게 쉬워진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게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승부수를 두려는 기업들이 많은 이유다. 미국에서 잘 되면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영어권 국가로 확산되고 그다음엔 유럽으로 넘어가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K뷰티에 대한 반응이 열광적인 것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는 것은 왜일까.
“뛰어난 제품력이 K뷰티의 핵심 경쟁력이다. 품질에 대한 신뢰가 글로벌 시장에서 굳건하게 다져졌다. 소셜미디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K뷰티 브랜드가 빠르게 알려진 측면도 있다. K콘텐츠의 인기 덕에 글로벌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은 왜 피부가 좋은 거지?’라는 질문에서 K뷰티에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제품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온 비결은.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 덕분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는 디테일에 강하고, 깐깐하다. 브랜드나 제품 로열티도 높지 않은 편이다. 더 좋은 제품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시도해본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만들어졌다. 품질 확보가 기본이 됐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는 마케팅 대신 제품력에 집중하며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했다. K뷰티의 품질과 가격이라는 매력은 중소기업들 노력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제품력과 가격경쟁력만으로 글로벌 시장 장악에 한계가 있지 않나.
“그렇다. K뷰티는 지금 기회를 맞고 있지만 언제든 위기로 돌변할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요즘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한국 화장품이라면 높게 평가하는, 약간 과열된 분위기가 있다. 이게 마냥 좋은 게 아니다. 한국의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 게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는 것이다. 브랜드 경쟁력이 아니라 한국산 화장품의 경쟁력으로 굳어지면 독이 될 수 있다. 외국 브랜드 제품이 한국에서 만들어 팔면 그만 아니겠는가.”

-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나.
“중국 시장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중국이 한국의 뛰어난 제조인력을 스카우트해서 제조 기반을 갖추고 나자 K뷰티 인기가 시들해졌다. 제품력만 앞세워서는 언제든 따라잡히거나 외면받을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건 ‘브랜드’다. 각각의 K뷰티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브랜딩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한국 화장품이 아니라 ‘닥터지’를 찾도록 만들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브랜딩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비슷한 상품들 가운데 ‘이 화장품을 사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지속적인 사랑을 받으려면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그래서 브랜딩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고, 우리만의 특색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 개발, 생산, 유통까지 K뷰티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 전략을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

-브랜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브랜드 경쟁력은 기업의 경영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어떤 가치를 갖고 제품을 만드는지에 대해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건강한 피부를 갖도록 도와주고 세상에 담대히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모든 직원들이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공유하며,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방식은 분명 통할 것이다. 브랜드 경쟁력은 진정성에서 나온다는 걸 증명해내려고 한다.”

성남=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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