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더는 못 받는다” 최후통첩…꼬이는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전기요금과 TV 수신료(월 2500원) 분리 징수가 한국방송공사(KBS)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징수 업무를 떠맡은 한국전력공사(한전)는 “더는 수신료를 대신 거둘 수 없다”며 KBS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24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7일 KBS에 ‘TV 수신료 징수업무 위ㆍ수탁 계약 종료’ 공문을 보냈다. 징수 위탁 계약 만료 기한이 올해 말까지인데 11월 말로 계약을 마친다는 내용이다. 3년 단위로 갱신한 계약을 한전이 종료하겠다고 통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 관계자는 “KBS가 분리 징수를 미루며 협의에 소극적이다. 절차에 따라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TV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방송법은 수신료를 ‘TV를 가진 전기 사용자가 내야 할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포함해 납부했지만, 분리 납부하도록 바뀌었다. 현재는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분리 납부를 희망하는 가구만 별도 한전 계좌에 납부하는 식의 ‘과도기’다.
KBS는 한전에서 분리 납부 신청자 정보를 넘겨받아 직접 수신료 고지서를 발급하고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종이 신청서를 팩스로 KBS에 보내면 가구별 고지서를 해당 세대로 발송하거나 지로로 은행에 납부하는 식이다. 하지만 분리 징수를 발표한 지난해 12월, 올해 2월,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시행을 미뤘다. 이달 초에도 한전에 “시스템을 준비하지 못해 5월에 수신료 징수 업무를 넘겨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통보했다.
한전 입장에서 수신료 징수는 ‘혹’에 가깝다. 한전에 떨어지는 수익은 적은데 직간접적인 손실은 크기 때문이다. 수신료 수익의 90% 이상을 KBS가 가져가는데, 한전이 거두는 위탁 수수료는 6% 수준이다. “재주는 한전이 부리고, 수신료는 KBS가 가져가는 구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전 내부 반발도 거세다. 시행령 개정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민원과 행정 부담은 오롯이 한전 몫이라서다. 한전 노조는 올해 초 ‘전기요금은 한전에, TV 수신료는 KBS에’란 제목의 주요 일간지 광고를 내고 5월까지 “한전은 KBS 하청업체가 아니다. KBS로 징수 업무를 넘기지 않으면 경영진을 고발하겠다”며 사측을 압박했다.
상당수 아파트 단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신료 분리 납부 신청을 받았다. 분리 납부를 신청한 뒤 TV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신료를 미납한 가구가 많은데 징수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상황이 꼬이는 모양새다. KB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34만여 가구가 수신료 분리 납부를 신청했는데, 95%가 미납했다. 세대별 미납금·가산금, 전입·전출, 전력 감면 등 사후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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