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의 승리 지켜낸 만 22세 호랑이
만 22세의 젊은 호랑이가 100번의 승리를 지켜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KBO리그 역대 최연소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정해영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6-2로 앞선 9회말 무사 1, 2루에서 구원등판, 승계주자 실점을 허용했지만 6-4 승리를 이끌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정해영은 22세 8개월 1일의 나이로 통산 100세이브를 올렸다. 이로서 타이거즈 선배인 임창용(23세 10개월 10일)이 2000년 달성한 최연소 100세이브 기록을 깨트렸다. 시즌 10세이브로 4년 연속 두자릿수 기록도 달성했다. KIA 선수로는 최초다.
KIA 동료들은 물을 뿌리며 정해영을 축하했다. 정해영은 "상상도 많이 해봤는데 크게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다"며 "(24년 만에 달성해)그렇게 오래된 지 몰랐다.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연소 기록이 흔하지 않으니까 앞으로도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웃었다. 정해영은 "나는 운이 좋다. 앞에서 좋은 투수 형들이 잘 막아줬기 때문에 나도 같이 길게 마무리투수로 뛸 수 있었다"고 했다.
정해영은 대를 이어 호랑이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아버지는 해태 포수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정회열 동원대 감독이다. 큰 키(1m89㎝)에 최대한 공을 길게 끌고 나와 던지는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공이 일품이다. 입단 2년차인 2021년부터 뒷문을 지킨 그는 마무리 4년 만에 100번의 승리를 지켰다.
정해영은 "이렇게 빨리 100세이브를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프로지명을 받고 첫 번째 목표가 '1군에만 붙어있자'였다. 첫 세이브도 하고, 첫 승도 하고, 첫 홀드도 하면서 100개까지 됐다"고 했다. "모든 세이브가 힘들었지만 아무래도 첫 세이브(2020년 8월 30일 KT 더블헤더 2차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마무리는 외로운 보직이다. 실수하면 그대로 팀이 패배하기 때문이다. 정해영도 12개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고, 16번의 패전을 당했다. 2021·22시즌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한 뒤 지난해엔 구속 저하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는 "동점이나 역전을 내주면서 느끼는 허탈감과 허망함이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다. 잠을 자면서 빨리 잊으려고 노력한다. 너무 깊게 빠져드는 성격은 아니라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정해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드라이브라인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기도 했다. 구속 향상 효과를 본 투수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시속 143.1㎞(출처 스탯티즈)까지 떨어졌던 정해영의 직구 평균 구속은 2022년 수준(146.3㎞)으로 돌아왔다. 정해영은 "지난해 떨어진 구속이 신경 쓰였는데 비시즌 잘 준비하면서 순조롭게 출발해 다행"이라고 했다.
100세이브 고지를 밟았지만 먼 미래까지 보진 않는다. 그저 올해는 우승 팀의 마무리가 되고 싶을 뿐이다. KIA는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하고 있고, 정해영은 팀이 올린 19승 중 절반이 넘는 10번의 승리를 지켜냈다. 정해영은 "별다른 생각 없이 매일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까 100세이브를 했다. 올 시즌은 그냥 팀이 우승하기만 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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