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가 반전 시위 격화… 공화 “반유대주의 광기”

전웅빈 2024. 4. 25. 06: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캠퍼스에 설치된 팔레스타인 지지 농성 텐트를 강제 해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의 반전 시위가 점점 더 격화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 재선 행보에 최대 난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화당은 반전 시위를 반유대주의 혐오로 규정하고, 주 방위군 투입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유대계 지지를 강조하며 민주당 지지층 분열을 노린 것이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24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 연설에서 “광기를 멈춰야 한다. 우린 이런 종류의 증오와 반유대주의가 캠퍼스에서 만연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이런 폭력을 자행한 사람들은 체포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노슈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을 향해 “혼란을 즉각 정리할 수 없다면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연설 뒤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화해 행정 권한을 발동할 것을 촉구하겠다”며 “(시위가) 신속하게 억제되지 않고, 이런 위협과 협박이 멈추지 않는다면 주 방위군 투입이 적절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 학생들에게 전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멈추고 교실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는 미국 대학가 캠퍼스 점거 투쟁의 시발점이 됐던 곳이다. 지난주 경찰이 시위대 강제해산을 위해 투입됐고, 재학생 100여 명이 연행됐다. 그러나 강경 대응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며 젊은 층을 자극, 다른 대학들로 연대 시위를 확산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존슨 의장은 대학가에서 펼쳐지고 있는 폭발적인 문화 대결에서 정치적 이점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자신들이 민주당보다 유대계 학생들의 안전에 더 관심을 두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좌파를 분열시키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 대학가 반전 시위를 “반유대주의적 흥분”이라고 비판하며 갈등을 키웠다. 그는 “반유대주의 무리가 미국 주요 대학을 장악했다”며 “이런 현상은 1930년대 독일 대학에서 벌어진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부도덕한 행동으로 즉시 중단돼야 하고 명백히 비난받아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캠퍼스에 설치된 친팔레스타인 지지 캠프. 연합뉴스

백악관은 난감한 모습이 역력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순간은 많은 공동체에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 캠퍼스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차별 철폐를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위는 평화로워야 하고, 학생들은 안전해야 한다. 증오에 찬 수사와 폭력을 지적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반유대주의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스라엘계와 진보계 유권자들이 서로 대립하는 상황이어서 모호한 수사만 반복한 것이다.

대학가 시위는 이날도 전역으로 확산했고,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캠퍼스에는 친팔레스타인 야영 캠프를 강제 해산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됐다가 시위대와 부딪혔다. USC는 졸업생 대표 연설자로 나서려 했던 재학생 아스나 타바숨이 팔레스타인 지지자라는 항의를 받고 이를 취소했는데, 이후 시위가 확산했다. 텍사스 오스틴대에서도 지역 경찰과 주 경찰이 학생들의 캠퍼스 행진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충돌이 발생해 경찰은 학생 수십 명을 연행했다.

하버드대는 지난주 선제적으로 광장 출입 제한 조치를 발동했지만, 시위대는 이날 이를 무시하고 텐트 14개를 설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에만 미국 전역의 850여 개 이상 도시와 마을에 8000건 이상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있었다”며 시위가 여름 내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팔레스타인 커뮤니티 네크워크 하템 아부다예 의장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시카고 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안보 컨설팅 업체인 수판 그룹 콜린 클라크 책임자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고 시위가 더 격화하면 미국 내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