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 '조기반'도 마감"…의대생들, 휴학 틈타 반수 노린다

정세희 2024. 4. 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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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강남하이퍼 학원 앞에 걸려있는 조기 반수 홍보 현수막. 정세희 기자

" PRE(프리) 반수반은 이미 마감됐어요. " 23일 서울 대치동의 한 재수학원에 조기 반수반 입학을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이 학원은 4월 초부터 조기반수반을 운영하고 있다. 의대진학 등을 노리는 반수생들을 겨냥했다. 홈페이지에는 “4월부터 반수 상시모집” 등 홍보 문구를 띄웠다. 학원 관계자는 “의대지원 가능한 고득점자들이 모여 6월부터는 ‘의대 전문반’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과 강남역 사거리 등 주요 학원가에서 ‘조기 반수반’ 모집에 들어갔다. 반수는 대학 합격생들이 도전한다. 이 때문에 통상 때문에 1학기를 마친 6월 개강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의대 증원의 여파로 하루라도 빨리 수능을 준비하려는 수험생들이 늘어나며 의대 입시 전문 학원들도 두 달 앞서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곽용호 이투스 강남 하이퍼학원 원장은 “의대정원 배정 인원이 발표가 된 이후 학원에 문의 전화가 50% 이상 늘었다”며 “상위권 대학에 진학했지만 반수로 의대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연세대에 재학 중인 박모씨는 “사회가 너무 급변하고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다시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도전하게 됐다”며 “주변에 의대 준비하는 친구가 2명 정도 더 있다”고 말했다. 24일 학원가에는 ‘의대 맞춤형 2025년 조기 반수반 모집’ 등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에 붙여진 의대 입시 전문학원 확장 개원 현수막. 정세희 기자

동맹휴학 중인 의대생들 가운데도 재도전을 노리는 이가 적지 않았다. 지방 의대생들은 수도권으로, 수도권 의대생은 ‘빅5’(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울산대·가톨릭대) 진학을 노린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의대 1학년에 재학 중인 A씨(20)는 “아깝게 지방의대에 입학해 늘 미련이 있었는데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동기들끼리 친구들끼리 말은 대놓고 말을 하지 않지만 떨어져도 잃을 게 없으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 커뮤니티 등에는 “중하위권 지방의대생이다. 현 의료계 상황이 장기화할 것 같아 차라리 반수해서 메이저에 진학하겠다” “정원 확정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게 나을까요?” 등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새로 생긴 의학계열 전문 입시학원. 정세희 기자

우수학생들이 대거 반수 행렬에 뛰어들 조짐이 나타나면서 학원들은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명문 의대 합격자가 다수 나와야 학원 홍보에 유리해서다. 일부 학원은 “지방대 의대 휴학생이나 SKY 재학생 등을 상대로 수강료 100% 장학금 혜택을 주겠다”고 내세웠다. 새로 문을 연 의대 입시학원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의대 증원 이슈가 본격화된 지난달 대치동 개원한 의학계열 전문 입시학원은 무료 맛보기 수업을 열고 홍보에 나섰다. 학원 관계자는 “정원이 확정되는 다음 달엔 대치동은 의대 입시로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의대 증원 이슈가 조기 반수는 물론 2025년도 대입 입시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투스교육 관계자는 “최상위 의대 지원자들이 움직이면서 N수생과 공대생은 물론 문과생들까지 뛰어들며 말 그대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희·박종서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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