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외교안보 최측근 "한국 자체 핵무장 고려해야"

강태화 2024. 4. 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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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23일(현지시간)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캐나다를 대신해 G7(주요 7개국)에 가입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ㆍ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셉리 기자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과의 군사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할 대(對)한국 외교 노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또한 '일체형 확장억제'를 목표로 하는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운영 등을 통해 핵우산 제공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미국은 이(핵우산 강화)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강경한 대(對)중국 노선을 핵심으로 한 국방전략문서(NDS)의 기안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22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그가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와 함께 트럼프 2기 국가안보보좌관 인선의 ‘최종 2배수’에 들었다고 보도했다.

Q : 미국 안보 전략의 핵심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A : “당연히 중국과 아시아다. 중국은 미국의 200배에 달하는 조선 건조력을 바탕으로 이미 미국보다 해군력에서 앞섰고, 더 큰 공군력까지 보유하게 될 수 있다. 미국은 약 150년 만에 처음으로 최강국이 아닌 상태에서 라이벌을 마주했다. 출구가 없이 칼날 위에 선 상황이다. 미국은 모든 것을 혼자 선(善)하게 만들 힘이 없다. 이제 동맹국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한다.”

Q : 어떤 방식의 대중 견제가 필요한가.
A : “대만은 물론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잃었다. 전쟁에서 미국이 이길지도 불확실하다. 경제 제재는 효과가 없다. 대북 제재를 지속했지만 비핵화에 실패했고, 이는 중국에도 마찬가지다. 중국 인민해방군을 물리칠 전력이 필요하다. 미국이 패한다면 중국은 물론 북한도 더 나은 위치에서 침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유력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ㆍ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셉리 기자


미국의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엔 거침이 없었다. ‘한국이 중국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느냐’는 질문에도 주저 없이 “중국이 우선순위”라고 답했다. “중국을 막아야 한국도 안전하다”는 논리였다.

Q : 주한미군의 성격도 변할 가능성이 있나.
A : “만약 중국이 대만에서 승리하면 다음은 한반도가 될 수 있다. 한국전쟁 때의 전례도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은 점차 중국을 지향하되, 북·중의 연합공격이 있을 때만 한반도를 방어하는 성격이 돼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재래식 전력 지원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직접 한반도를 방어해야 한다. 대만 유사시에도 한국은 한반도 전선만 지키게 될 것이다.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도 중국의 대만 침공과 동시에 무엇인가 하려 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Q : 미군 없이 북한을 대적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A : “그래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까지 고려한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영국·프랑스의 핵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전체의 억지력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의) 핵확산 방지 정책은 실패했다. 중·러는 핵을 현대화했고, 북한과 이란도 핵능력을 보유했다. 우리를 위협하는 자들이 전혀 지키지 않는 규범을 우리만 지키기 위해 ‘벌’을 받을 순 없다. 오히려 뒤처진 핵균형을 위해 핵무기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Q :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협의그룹(NCG) 등 바이든 정부의 안보 약속이 있었는데.
A : “‘워싱턴 선언’은 동맹인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의 여러 도시와 3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북한의 보복 핵공격 위협에 노출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다. 미국인 중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1%도 되지 않는다. 단언컨대 미국은 이 약속을 지킬 수 없다. 핵공유 역시 한국의 (핵사용에 대한)의사 결정권이 없다면, 북한은 최종 결정권자인 미국에 대한 보복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핵공유는) 미국인 다수가 위험에 노출되는 (불완전한) 핵우산이나 다름없다.”

Q : 바이든 정부는 동맹을 중시하는데.
A : “동맹은 비즈니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한국도 한국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이게 현실이다. 동맹을 낭만으로만 바라보면 적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미국은 한국을 돕는 게 아니다. 한국이 미국 안보에 중요하고, 중국 견제를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관점은 전적으로 옳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동맹들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서도 “한국이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이미 규모가 큰 국방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동맹국 중 ‘스타’”라며 “유럽과 일본, 대만 등 동맹국으로부터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G7에 북대서양과 유럽 국가가 많다고 지적하며 “G7에서 캐나다를 한국으로 대체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Q : 한국이 G7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나.
A : “현재의 G7에는 북대서양과 유럽국가가 너무 많다. 아시아가 (미국 안보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전후 폐허에서 시작해 강대국이 됐다. 그 점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쿼드(Quad: 미·일·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나 오커스(AUKUS: 미·영·호주 간 안보동맹)는 실효성이 없나.
A : “나쁘지는 않겠지만, 한국은 쿼드 등의 다자 회의에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북한 공격에 대한 방어를 준비하는 게 낫다. (중·러 때문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유엔 역시 국가 간 경쟁이라는 문제 때문에 대체할 조직을 만들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기대했던 것처럼 유엔이 세계의 규칙을 지배하는 일은 앞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에서 콜비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1기 때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존 볼턴과 자신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군사력을 강조하지만 자신은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를 추구하는 데 비해 볼턴은 호전적 인물”이라고 했다. 볼턴이 주장했던 대북 선제공격에 대해서도 “한·미에 대한 핵공격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죽음이 두려워 자살하는 것’과 같다”며 "망상(delusion)"이라고 비판했다.

2019년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Q :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나.
A :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희박하다. 외교적으로 우리가 비핵화에만 전념하는 것도 허구다. 오히려 북한만 우리의 동맹이 갖지 못한 핵을 보유한 사실이 더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과 협상하더라도 북한이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점을 알고, 강자의 입장에서 협상해야 한다. 미국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게 비난을 받는 독재자들과 협상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Q : 대북 정책의 목표는 ‘통일’인가, ‘공존’인가.
A : “통일이 단기·중기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중국이 한국전에 왜 개입했는지 잊어선 안 된다. (중국의 참전은)미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미군이 압록강에 가기 위해 중국과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통일)한국이 중립국이 되더라도 중국이 자신의 영토를 주장하면서 한·미 모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단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유력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ㆍ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셉리 기자

콜비 전 부차관보는 자신이 안보 보좌관으로 발탁될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소통 여부 등에 대해 “노코멘트”라는 말로 일관했다. 다만 “앞으로 내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책은 구조적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내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 역시 확실하다”고 말했다.

■ ☞엘브리지 콜비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 국방부 전략·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공화당 내 대표적 군사안보·전략 전문가. 2018년 그가 총괄해 발표한 미 국방전략보고서(NDS)는 주요 도전 세력으로 중국을 최우선적으로 꼽고 ‘강한 미군의 재건’과 ‘힘을 통한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전략적 핵심 지역으로 설정해 한국도 이 지역 내 분쟁을 막는 억지력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2021년 펴낸 저서 『거부 전략(The Strategy of Denial)-강대국 갈등 시대의 미국 방위전략』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꼽은 ‘올해의 책 톱 10’ 중 하나로 선정됐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현재 워싱턴 DC에 위치한 외교안보 싱크탱크 ‘마라톤 이니셔티브’ 대표로 있으면서 공화당의 외교안보 전략 및 노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ㆍ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가 2021년 펴낸 저서 『거부 전략(The Strategy of Denial)-강대국 갈등 시대의 미국 방위전략』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꼽은 ‘올해의 책 톱 10’ 중 하나로 선정됐다. 강태화 기자

워싱턴=김형구ㆍ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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