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영남 의원들, 수도권 험지 와라…낙선자와 지옥 체험을" [화제의 당선인]

심새롬 2024. 4.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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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무실 책상마다 산더미같은 자료 뭉치가 빼곡했다. 김성룡 기자


보수 정당의 수도권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8차례 총선에서도 두 차례(15·18대)만 서울·경기·인천에서 승리했다. 기록적 참패를 한 4·10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은 수도권 후보 122명 중 19명(15.6%)만 살아 돌아왔다.

그 중 한 명인 윤상현(62·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참패는 예견된 참패다. 지난 4년동안 수도권에서 이기기 위한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며 “당 핵심의 영남 주류 의원은 수도권의 처절하고, 절박하고, 절실한 싸움에 대한 감(感)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번 총선 승리로 여당의 유일한 수도권 5연승 현역이 됐다. 2000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그는 18대 첫 당선 이후 두 차례(20·21대)의 무소속 생환을 포함해 같은 지역구에서 다섯 번 계속 이겼다. 하지만 지난 16일 국민의힘 첫 당선자 총회 때 ‘혁신형 비대위’ 필요성을 맨 처음 공개 주장하고, 18일과 22일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을 여는 등 당내 자성론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윤 의원은 인터뷰 1시간 40분 동안 ‘반성·실패·사죄·혁신’ 같은 말을 주로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시장 인근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윤 의원 오른쪽은 지원 유세에 나선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Q : 총선 참패 후 쓴소리를 도맡는 이유가 뭔가.
A : 작년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를 주장했지만 당 핵심에 계신 분들이 그 위기를 체감하지 못했다. 위기가 위기임을 못 느끼는 게 우리 당의 고질적 위기다. 87년 체제 이후 집권당 최대 참패를 겪었는데 지금도 좋은 게 좋은 거란 분위기다. ‘윤상현 너 혼자 떠들어라, 시끄러운 게 불편하다’ 이거 아닌가. 공동묘지의 평화와 같다. 패배가 오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한 게 비겁했다.

Q : 영남 중심의 지도부 구성이 패착이었나.
A : 우리 당 수도권 성적을 보자. 서울 48개 지역구 중 11개, 인천 14개 중 2개, 경기도 60개 중에 6개. 여기에 대전은 하나도 없다. 문제는 영남 의원을 탓할 수 없다는 거다. 그분들에게 ‘수도권 감수성’이 없는 건 존재적 한계에 가깝다. 아무리 우리가 절절하게 이야기해도 영남 지역구에서 듣고 느끼는 게 다르니까. 수도권의 처절하고, 절박하고, 절실한 싸움을 겪어보지 못하니 인식의 갭이 생긴다.

Q : 영남-수도권 간 인식차를 극복할 묘안이라면.
A : 영남에 있는 의원들 전부 수도권 지역구에 1대1 자매결연 맺고 현장을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과거 영호남 지역구 자매결연을 추진한 적은 있는데, 그보다 지금 수도권이 더 문제다. 당선 인사를 다니는 나도 ‘너희 정신차려라’ ‘너무 못한다’는 말을 면전에서 듣는다. 영남 의원들이 이승환(서울 중랑을), 박상수(인천 서구갑), 손범규(인천 남동갑), 박진호(서울 김포갑) 이런 험지 원외조직위원장들과 낙선인사를 같이 다니면서 지옥을 체험해보면 사나운 수도권 민심을 좀 깨닫지 않겠나.

Q : 영남 책임론이 당내 갈등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온다.
A : 수도권 감수성이 약하다는 체질적 한계를 얘기하는 거지, 영남을 폄훼하려는 게 아니다. 영남은 보수의 심장이다. 무에서 유를, 가난에서 풍요를 만드는 박정희 정신의 산실이다. 그 정신이 심장에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이라는 팔다리로 뻗어 펼쳐 나가기를 모두가 바란다. 심장이 피를 뿜지만 싸움은 팔다리가 하지 않나. 수도권을 모르는 당은 미래가 없다.

윤상현 의원은 험지 5선 비결로 "진정성"을 꼽으며 "야권에서는 최근 국회의장 도전을 선언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과 막역한 관계"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 의원과 여야 중진협의체를 구상 중"이라고도 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은 22일 당선자 총회에서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를 띄웠다. 윤 의원은 “당대표, 공관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공천 핵심을 수사하듯이 쪼아서 왜 그때 공천을 그렇게 했는지, 여론조사는 어땠는지 미공개 정보를 캐내 만천하에 내보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만 두 번 다시 공천 장난을 못 친다”고 했다.

Q : 총선 참패는 누구 책임이 크다고 보나.
A : 대통령과 정부가 정권 심판론의 빌미를 줬다. 하지만 선거는 당이 치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전략과 메시지에서 실패했다.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몰랐고, 참모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3월말쯤 한 위원장에게 ‘유승민 전 의원을 선대위에 등판시키자’고 제안했는데 결국 안 됐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울 게 아니라, 더 바짝 엎드려 민심에 사죄해야 했다. 내가 박근혜 정부 때 지방선거를 당 사무총장으로 지휘하며 ‘1인 피켓시위’ 사죄 퍼모먼스를 했었는데, (이번에) 그거라도 해야 했다.

Q : 당정 관계에 있어 대통령의 불통이 문제였다는 시각도 있다.
A : 대통령은 불통이라고 하기 어렵다. 굳이 표현하자면 왕고집에 가깝다. 고집이 센데, 한번 받아들이면 딱 바뀌고 그걸 뒤늦게라도 반드시 상대방에 알려주는 유연한 사람이다. 역대 대통령 중 이 정도 소통된 사람도 없었다. (과거) 나도 박근혜 대통령 전화번호를 몰랐다.

Q : 향후 바람직한 당정 관계를 그려본다면.
A : 대통령은 분명 확실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당이 더 빨리 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통령과 두터운 신뢰 속에서 유연하게 당정 주도권을 주고받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수평적 관계 속에서 때로 협력을, 때로 견제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일단 정무감각이 있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같은 분이 당 비대위원장에 적합하지 싶다.
윤 의원은 대통령에게 신뢰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드릴 말씀은 드린다.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통이 크신 분”이라고 답했다. 향후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지금은 반성과 사죄의 시간”이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남영희 후보에 0.89% 포인트차 신승을 거뒀다다. "나이와 선수를 믿기 어렵다"는 말을 들어가며 정열적으로 지역구를 누빈 덕이다. 인천의 한 골목에서 유권자에 인사를 건네는 윤 의원 모습. 의원실 제공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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