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편들고 이란 대표단 파견하고…'반미 연대' 선봉장 자처하는 北

남가희 2024. 4. 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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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중동 정세 속 이란에 대외경제성 대표단 파견
니카라과·벨라루스·우간다 등과도 협력 강화 움직임
北김여정, 한미 연합훈련 맹비난…"군사력 계속 비축"
전문가, 대응 방안…실용외교·균형외교 강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19년 3월2일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 묘소에서 열린 화환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북한이 이란에 대외경제성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반미 연대'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24일에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임천일 외무상 부상 등의 명의로 담화를 3건이나 쏟아내며 '신냉전' 구도에 기름을 붓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대외경제상 윤정호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대외경제성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하기 위해 23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밝혔다.

북한 고위급이 이란을 방문하는 것은 2019년 박철민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이후 처음이다. 신문은 대표단의 방문 목적이나 기간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이란은 대표적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공격을 주고받으며 중동 지역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시기에 북한이 대표단을 보낸 것은 반미 연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다.

실제 북한은 그동안 꾸준히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중동 사태에 목소리를 내왔다. 이날도 신문은 '중동평화중재자의 가면을 완전히 벗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막는 등 편파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미국은 중동평화의 중재자가 아니라 철저한 방해꾼이며 하수인을 대량살육으로 떠미는 배후조종자"라며 "지금 거리낌 없이 자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무모한 행태는 미국 상전의 비호 밑에 날로 더욱 횡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최근 북한은 벨라루스, 니카라과, 우간다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인 니카라과는 북한과 상호 대사관 개설에 에 합의하고, 29년 만에 주북한 대사를 부임시키기로 했다. 아울러 북한도 니카라과에 신규 대사관을 설치하기로 했다.

23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정부는 급기야 후임자 임명 없이 한국 주재 대사를 돌연 경질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관보를 통해 "제니아 루스 아르세 세페다의 주한대사(특명전권대사) 임명을 17일자로 철회한다"며 "이는 관보 게재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베네수엘라에도 주북한 대사를 보낼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엔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외무 차관이 북한을 방문해 앞으로 양국 간 고위급 왕래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 1월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리는 제19차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정부 대표단을, 2월에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세계직업연맹 위원장 이사회 정기회의에 조선직업총동맹 대표단을 파견하며 반미·반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세네갈에서 열린 제5차 국제농업 및 식료근로자동맹 대회에 대표단을 파견해 미국을 규탄하고 북한을 지지하는 내용의 연대성 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자신감 얻은 북한…3건의 담화 쏟아내며 한미 비판

북한은 '반미 국가' 위주로 외교 무대를 확장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는 자기의 주권과 안전,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압도적인 최강의 군사력을 계속 비축해 나갈 것"이라며 "그 누구도 우리의 결심을 꺾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한미가 올해 실시한 사이버동맹훈련, 연합 특수작전훈련, 해병대 연합훈련, 겨울철 연합훈련, 연합공중훈련 등과 미국 전략자산인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략폭격기 B-52H 등 전개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계속해 졸개들을 긁어모아 힘을 자랑하며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미국과 동맹국가들의 안보는 보다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특등 졸개인 한국 것들에게 무모한 용감성을 길러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겁먹은 개가 잘 짖어대는 줄은 알지만 최근 들어 한국 괴뢰 군부깡패 우두머리들이 도가 넘게 짖어대고 있다"며 "상전을 믿고 설쳐대며 우리를 상대로 무력 대응을 시도하려 든다면 그것들은 즉시 괴멸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담화에서 지난 22일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핵 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을 실시한 것을 언급하며 "조선반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일방적으로 고조시키는 미국과 대한민국에 분명한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전쟁 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서 이란에 확실히 줄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북러군사밀착에 이어 북이란군사밀착으로 외화획득 위한 틈새 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란을 무대로 남북한 외교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향후 외교적 대응 방안에 대해 "외교에는 실용외교와 진영외교가 있다. 그런데 현재는 우리가 진영 외교를 하고 있다. 그건 '외통수'"라면서 "지금 미소 양극 체제 속에서 미국 한 진영에 휩쓸리면 나중에 미중러의 갈등이 봉합된다든지 하면 외톨이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미국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국익을 위해 실용 외교와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쿠바와 수교를 맺은 후 쿠바와 북한의 관계가 다소 냉랭해졌는데, 이와 같은 외교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북한과의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범하게 모두 수교를 하자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라며 "그래야 그때부터 한반도가 평화 체제로 가고 비핵화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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