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시시각각] 차기 대통령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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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튀어나온 후보는 뽑지 말자
'호승심' 성향의 검찰 출신도 곤란
유튜브가 아닌 NYT·FT 보는 이 뽑자
」
#1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3%라는 갤럽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윤 대통령이 '믿었던' 기시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22%니 거의 붙은 셈. 이대로라면 곧 역전이다. "다른 나라 정상은 더 낮다"고 눙칠 날도 얼마 안 남았다. 요즘 어느 모임에 가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분노가 넘친다. 보수 인사들이 더 그렇다. "울화통이 터져 뉴스도 안 본다"는 분도 많다. 대략 10명 중 9명은 "윤 대통령이 변하겠다고 하지만 누가 그걸 믿겠느냐"고 한다.
취임 후 2년 가까이 거의 '땡전 뉴스'에 가까울 정도로 현 정부를 낯뜨겁게 편들던 보수 신문도 이제 와 대통령 공격에 열을 낸다. 어이없다. 대통령을 "난 잘하고 있어"란 착각, 오만에 빠지게 만든 책임 따윈 안중에 없는 듯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국민의힘의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노부영' 정당이란 말이 딱 맞다. 70대 이상 노인, 부자 동네, 영남에서만 힘을 쓴다. 이젠 60대도 외면한다.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 122석 중 건진 건 고작 16%. 보수 결집론은 그저 TK·PK 이야기다. 의미도 실체도 없다. 이 정도면 집권당이라 불릴 자격도 없어 보인다.
사실 선거 전부터 '야당 단독 과반 저지'가 목표인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이대로라면 4년 후 총선 4연패는 피하기 힘들다. 불편한 진실 또 하나. 선거 결과 지도는 또다시 서쪽 파란색, 동쪽 빨간색으로 정확히 양분됐다. 결국은 지도자 책임이다. 그나마 하나 건진 건 있다. "아, 다음에는 이런 대통령을 뽑아선 안 되겠구나"란 각성을 유권자들이 진지하게 했다. 그 각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별개 문제지만 말이다.
#2 내가 보는 차기 대통령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갑자기 튀어나온, 이른바 '갑튀 후보'는 뽑지 말자. 멀쩡한 국민이 왜 "앞으로 안전벨트 단단히 매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 미국의 오바마도 눈 뜨고 일어나니 대통령 된 것 같지만 실은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 된 이후 8년의 정치 경험을 쌓았다. 일본의 총리는 최소 20년 검증을 거쳐야 후보 반열에 오른다. 중국은 더 하다. 초급 간부 때부터 공장과 지방·중앙부처 등 이런저런 자리를 돌게 하며 지속적인 검증을 한다. 국가관은 어떤지, 능력은 거품이 아닌지, 돈을 밝히는지, 부하를 머슴 다루 듯하지는 않는지, 국제적 감각은 있는지 검증한다. 짧게 20년, 길게는 30년 반복한다. 중국이 민주적이진 않지만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배경이다.
둘째, '올바른 태도'를 지닌 인물을 뽑자. 건들건들하지도 말고, 거들먹거리지도 말고, 국민을 얕잡아보지도 말아야 한다. 긴장감·책임감을 24시간·365일 유지할 수 있는 인물 아니면 5년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적어도 다음번은 검찰 출신은 안 나서면 좋겠다. '정치하는 대통령'에는 검사 출신들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이라 보기 때문이다. 정치의 세계는 호승심(好勝心·반드시 이기려는 마음)보다 호민심(護民心·국민을 지키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총선에서 "저는 검사 처음 시작한 날 제가 평생 할 출세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맞다. 딱 그 정도에서 멈춰 정치를 바라보기만 했으면 좋겠다.
셋째, 다음번에는 결집을 촉구하는 지도자 말고 확장을 호소하는 지도자를 뽑자. 가두리 양식장에 지지자를 가둬놓으면 본인도 덩달아 가두리 양식장에 갇히는 법이다. 극단적 유튜브의 정신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도자는 그저 확증편향의 동네 부족장급이다. 광활한 바다로 나아가야 보수건 진보건 중도의 마음을 낚을 수 있는 법. 유튜브가 아니라 뉴욕타임스·파이낸셜타임스를 보는 지도자를 뽑자. 그러면 대만해협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 마지막으로 부록 하나 추가. 기왕이면 배우자 관리도 잘한 지도자면 좋겠다.
김현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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