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약 가짓수를 줄여야 하는 이유

2024. 4. 2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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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약 때문에 병이 생길 때가 있다. 약의 가짓수가 늘어나면 그런 위험이 더 커진다. 약 부작용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약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고 약 부작용인 걸 모르고 불필요하게 약을 더 쓰게 되는 수도 있다.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속이 불편하고 혈압이 높아진다. 소염진통제를 반드시 써야 하는 경우라면 위 점막을 보호하기 위해 위산을 줄여주는 약을 추가로 사용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 방문 전날 먹은 소염진통제 때문에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혈압약을 더 먹게 된다. 혈압약을 먹고 나서 부작용으로 발목이 붓는다. 그럼 또 부기를 빼기 위해 다른 혈압약이나 이뇨제를 쓰게 된다. 소염진통제 하나로 시작했는데 약의 가짓수가 4~5개로 늘어난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식으로 복용하게 되는 약이 많아진다. 특히 5종 이상의 약을 상시 복용하는 사람을 다제약물 복용자라고 부른다. 2023년 분당서울대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66세 성인의 35.4%(약 16만 명)가 5개 이상의 약을 90일 이상 복용하는 다제약물 복용자이다.

음식과 약

약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부작용과 상호작용 위험이 커진다. 다제약물 복용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억력감소, 인지기능 저하가 더 빠르게 나타난다. 약 가짓수 증가는 치매 위험 증가와도 연관성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약 가짓수가 늘어나면 낙상 위험도 커진다. 여러가지 약을 복용하면 상호작용으로 인해 출혈, 저혈당과 같은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이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할 위험도 커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 결과, 5종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입원 위험이 18%, 사망 위험이 2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제약물 복용자 중에서도 처방약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입원, 사망 위험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11개 이상 약 복용군은 2개 이하 복용군보다 입원 위험이 45%, 사망 위험이 54% 높게 나타났다.

어떻게 약 가짓수를 줄일 수 있을까? 새로운 약을 처방받을 때마다 자신이 어떤 약을 복용 중인지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이때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한 약도 포함하는 게 좋다. 뭔가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혹시 약 부작용이나 상호작용 때문은 아닌지 의사, 약사와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가정의학과 한 곳, 단골 약국 한 곳을 정해두고 방문하면 불필요한 약이 중복 처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언제까지 써야 하는 약인지,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미리 확인해두는 게 안전하다. 물론 약 가짓수를 줄이겠다고 스스로 약을 끊으면 안 된다. 아직 시범사업이지만 가능하다면 다제약물 관리사업에 참여하여 방문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기억하자. 약은 꼭 필요한 것만 제대로 사용하는 게 건강을 위한 최선책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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