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不知老之將至(부지로지장지)
2024. 4. 25. 00:14
초나라 섭현(葉縣)의 태수인 심저량(沈諸梁)이 본분을 잊고 ‘공(公)’자를 붙여 ‘섭공’이라 자칭했다. 그런 심저량이 시답잖은 말로 공자 제자 자로에게 스승인 공자에 관해서 물었다. 자로가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에 공자는 자로에게 “너는 왜 나에 대해 ‘분발하면 먹는 것도 잊으며, 늘 스스로 즐거워 근심을 잊고 살기 때문에 장차 늙음이 다가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답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심저량으로 하여금 공자의 인품과 경지를 알게 하여 조금이라도 본받도록 할 걸 그랬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공자는 자신의 생활태도를 누구에게라도 떳떳하게 내보이고 또 설명해 줌으로써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 세월을 잊은 채 매일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을 이르는 ‘부지로지장지(不知老之將至)’라는 말이 나왔다.
나무꾼이 본분을 잊고 신선들의 바둑 놀음 구경에 몰두하다가 허송세월한 일을 빗댄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은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부지로지장지’는 자기 일에 몰두하느라 더러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를 표현한 긍정적인 말이다. 몰두하는 일과 함께 즐거운 마음을 가짐으로써 ‘부지로지장지’하는 사람은 만년 청년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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