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통하고 있는지 의문…다 바꾸겠다는 각오해야”

박태인, 전민구 2024. 4. 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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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불출마·낙천·낙선 국민의힘 국회의원 격려 오찬’에 참석하며 김영식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민생과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고 말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22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공천받지 못한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을 만나 “여러분을 뒷받침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 고견을 들려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들과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미안하다는 명시적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성찰을 언급하며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찬이 “당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 온 의원들을 격려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성토대회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 면전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편가르기를 하며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직설이 쏟아졌다.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서면 브리핑으로 일부 공개했다. 우신구 의원은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했고, 최재형 의원은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을 바꾸고 고쳐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수 의원은 “중도를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가르게 된다”며 “외연을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이 전한 비공개 발언의 강도는 더 셌다.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을 쳐다보며 “장관에게 책임을 맡기고, 또 잘못하면 책임을 물어 경질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모든 공격이 대통령에게 집중된다”며 “대통령이 정책의 구체적이고 세세한 사안까지 간섭을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잡은 한 초선 의원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편가르기를 하고 당을 분열시킨 것이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낙선한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렇게 했느냐. 소통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우리는 민생과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며 “남은 임기 3년간도 힘을 모아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 스스로 당선자보다는 낙선자를 먼저 만나길 원했다”며 “당연히 쓴소리도 각오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배준영 사무총장 직무대리 등이 당 지도부 자격으로 참석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두고 의원들 사이에선 “정말 오지 않은 것이냐”는 설왕설래도 오갔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은 한 다선 의원은 “이런 자리엔 선거를 이끌었던 당 대표가 와야 한다. 자신과 가까운 비대위원들과만 밥을 먹는 게 맞는 것이냐”며 한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한 전 위원장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정진석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및 일부 참모들과 가진 첫 회의에서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메시지가 산발적으로 외부에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 실장은 “대통령실은 일하는 조직이지 말하는 조직이 아니다. 대통령실의 정치는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 비서들이 하는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박태인·전민구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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