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틱톡 강제매각법’ 통과…미·중 SNS 전쟁 불붙나

김민정 2024. 4. 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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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방문을 시작한 2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동영상 숏폼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매각하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바이트댄스는 270일(대통령이 90일 연장 가능) 안에 틱톡을 매각해야 하고, 실패할 경우 미국 내에서 틱톡 사용이 강제로 금지된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지난 20일 하원 통과 후 송부된 틱톡 강제 매각과 총액 950억 달러(약 13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안보 지원을 담은 대외 안보 패키지법안을 찬성 79표, 반대 18표로 가결했다. 이번 법안은 2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곧바로 발효된다.

270일 내 매각 안하면 미국 서비스 금지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의회는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세계에 미국 리더십의 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나의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내일 법안이 내 책상에 당도하는 대로 서명하고 미국민들에게 연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의 압도적인 찬성표에서 보듯이 그간 미 정가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국 정부가 사실상 틱톡을 활용해 1억7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허위 정보를 유포해 미국 선거와 여론 형성에 개입하는 등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일각에선 “(중국이 수출하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과 다름없는 암적인 존재”라며 틱톡이 알고리즘으로 미국 내 젊은 층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또 일부 의원들은 중국이 이미 미국의 SNS 앱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앱을 금지하는 게 ‘공정한 게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애플은 중국 앱스토어에서 국가 안보를 우려한 중국의 요청에 따라 메타 플랫폼의 왓츠앱과 스레드 등을 삭제했다.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페이스북·구글·트위터·유튜브 등 서방의 주류 인터넷 사이트도 차단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날 틱톡 금지법안이 의회의 문턱을 넘어 늦어도 1년 안에 틱톡을 쓸 수 없게 됐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당장 틱톡 측은 이번 법안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를 침해한다며 법적 다툼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와 몬태나주는 틱톡 금지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

2020년 워싱턴DC 연방법원과 2023년 12월 몬태나주 대법원은 틱톡 금지 조치가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틱톡의 손을 들어줬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틱톡 사용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의원들에게는 이 법안에 반대하는 틱톡 이용자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했고,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틱톡이 사라지면 개인 창작자(크리에이터)와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을 것”이라며 “약 700만 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틱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사 틱톡 측이 매각을 추진해도 구매자가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틱톡의 미국 사업 부문만 따져도 인수가가 상당하고, 일부 전문가는 이를 500억 달러(약 69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인수가를 낼 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 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이 인수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높아져 반독점법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거센 반발로 ‘제2의 화웨이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상무부는 이 법안의 하원 통과 당시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장 중국이 중국 내에서 영업 중인 미국 기업들에 강력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중국이 보복을 선택한다면 단순히 동영상 앱 금지 조치를 넘어 더 많은 미국 기업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스라엘·대만 안보 지원법도 통과

한편 이날 통과된 법안의 이름이 ‘21세기 힘에 의한 평화’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법안에는 608억 달러(약 84조원)의 우크라이나 군사 및 경제 지원, 260억 달러(36조원)의 이스라엘 군사 지원 및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81억 달러(11조원)의 대만 등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 및 파트너의 안보 강화 지원 내용이 반영돼 있다.

미국 국방부는 브래들리 장갑차를 비롯한 군용 차량, 스팅어 대공 미사일,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로켓, 155㎜ 포탄, 토 대전차 미사일 등 10억 달러(1조3700억원) 규모의 무기를 신속하게 우크라이나에 보내기 위한 준비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가 희망해 온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도 처음으로 포함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법안 통과 직후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지원은 우크라이나군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정말로 필요한 무기 시스템을 확보할 경우 우리는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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