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로 북한과 손잡은 니카라과, 주한대사관 폐쇄
중남미의 니카라과가 재정난을 이유로 서울에 있는 주한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하면서도 평양에는 대사관을 새로 내기로 해 니카라과와 북한이 ‘반미 연대’로 밀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최근 니카라과 정부는 재정 상황 악화로 인해 주한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우리 정부에 알려 왔다”며 “이에 따라 제니아 루스 아르세 제페다 주한 대사의 임명도 철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관 폐쇄는 외교 관계를 끊는 단교 조치는 아니다. 외교부는 “니카라과 측의 비상주 대사관 겸임 대사 체제를 통해 한·니카라과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에 있는 주일 니카라과 대사관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겸임할 것으로 보인다.
니카라과의 결정이 관심을 끈 건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다. 양국은 지난해 7월 평양과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에 대사관을 각기 다시 열기로 합의했고,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는 지난해 말 주북 대사에 니카라과 좌파 세력의 구심점인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 출신 명망가를 내정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니카라과 정부는 재정 악화로 독일 대사관, 미국 영사관(텍사스·캘리포니아·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 멕시코(타파출라)·영국·과테말라 영사관 등 다수의 해외 공관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인구 661만 명의 니카라과는 중남미에서 베네수엘라와 함께 대표적 반미 국가로 꼽힌다. 특히 오르테가는 2021년 야권 탄압으로 5선 가도에 오른 인물로, 종신 집권을 노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2017년 최룡해 국무부위원장을 오르테가의 네 번째 대통령 취임식에 보냈고, 지난해 7월 산디니스타 혁명 44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북한으로서는 ‘형제의 나라’ 쿠바가 지난 2월 한국과 전격 수교한 것이 ‘또 다른 형제 나라’ 니카라과를 더욱 끌어당기도록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 니카라과 관계 개선은 1970~80년대 이뤄진 군사·인적 교류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을 주축으로 한 ‘반미 권위주의 사슬’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한편 김정은이 이란에 경제 사절단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전했다. 매체는 “대외경제상 윤정호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대외경제성 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하기 위해 (전날)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고위급 인사가 이란으로 향하는 건 2019년 박철민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이후 처음이다. ‘반미 연대’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는 한편, 러시아에 이어 중동에서도 ‘어둠의 무기상’을 자처하며 무기 세일즈에 나섰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국방경제사업’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NK(북한)-방산’ 세일즈에 열을 올리는 김정은으로서는 이란·이스라엘 대립 격화를 호재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 또 이란과의 군사 협력을 다져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군 등 친이란 세력인 ‘저항의 축’을 잠재적 고객으로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란 루트를 뚫어 군사 협력을 한 뒤 이란이 우방국에 무기·군수품을 나눠주도록 함으로써 ‘저항의 축’에 간접 지원을 할 수 있다”며 “이란과 협조만 잘되면 김정은은 배후에서 중동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유정·박현주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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