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 짚어보니…재건축·재개발 차질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4.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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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세금 완화 제동 걸릴 듯

지난 4월 10일 총선 이후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한 치가 안 보이는 안갯속이다. 범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집값 가격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율 완화 등 법 개정이 필요한 부동산 규제 완화가 현실화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세제 등 분야별로 부동산 정책 향방을 짚어봤다.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했다. 법령 개정이 필요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의 추진 동력이 사라졌다. 사진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인 은마아파트 일대 전경. (윤관식 기자)
정책[1]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초과이익환수 폐지 어려워져

정부가 약속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 관련 규제 완화 정책은 모두 ‘올스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올 들어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연달아 내놨다. 1월에는 1·10 대책을 내놓으며 재건축 패스트트랙 등 안전진단 관련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30년 지난 노후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고, 재개발의 경우 노후도 요건을 기존 67%에서 60%로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이외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재건축 부담금 폐지까지 약속하는 등 정비사업 활성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얻는 조합원 1인당 이익이 평균 8000만원을 넘기면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문제는 법안 통과다. 해당 정책들이 시행되려면 정비사업법 등 법안 개정이 필수다. 야당인 민주당은 ‘활성화는 찬성하지만, 무분별한 폐지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취지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재초환 완화, 정비사업 규제 완화 정책은 여당과 합의하며 통과시켰지만, 규제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은 반대했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약속한 정책 실현을 위해 이번 총선 승리가 꼭 필요했다. 적어도 협상력을 갖춘 의석수까지는 확보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 패배로 정책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미 통과된 1기 신도시 특별법 외에는 사실상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도 구도심 개발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다수가 ‘공공’이 주도하는 형식이다. 민간 사업자를 주도로 이뤄지는 정비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법무법인 율촌 리서치팀은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22대 국회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추가 규제 완화가 논의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논의됐던 재건축 부담금 폐지는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책[2] 부동산 세제 정책

공시가격 현실화 폐기 난항

부동산 세제 정책은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여당 측과 야당의 의견 대립이 가장 심한 분야여서다. 윤석열정부는 일관되게 세제 완화를 주장해왔지만, 민주당 측은 ‘부자 감세’라며 격렬히 반발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부동산 세제 개혁을 위해 2가지 정책을 밀어붙였다. 다주택자 중과세 개정, 그리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는 윤 대통령이 직접 ‘징벌적 과세’라고 언급할 정도로 폐지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다주택자를 집값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들로 보고 징벌적 과세를 해온 것은 잘못된 것이고, 그 피해를 서민들이 다 입게 됐다”며 다주택자 중과세를 철폐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다주택자는 양도세·취득세를 낼 때 높은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현행 소득세법은 주택 보유 기간이 2년 이내거나 다주택자가 보유한 부동산을 양도할 때 중과세율을 적용한다. 현재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5년 5월까지 임시로 유예한 상태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폐지는 정부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정책이다. 기재부와 행정안전부는 당초 지난해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2022년 12월 21일 이후 취득한 주택에 취득세 인하를 소급 적용할 계획이었다. 3주택자 취득세율을 8%에서 4%로 낮추고, 조정지역 2주택자는 중과(8%)를 폐지해 기본세율(1~3%)을 적용하는 게 골자였다. 개정안은 지난해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뒤 진전이 없다. 21대 국회 통과를 노렸지만 불발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 측이 승리했다면, 양도세·취득세 중과 완화 모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야당이 승리하면서 통과가 힘들어졌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오히려 탄력을 받게 됐다. 공시가격 현실화란, 공동주택의 실제 가격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현 수준(69%)에서 90%까지 올리는 정책이다. 문재인정부 때 추진됐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세금과 관련이 깊다. 세금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 공시가격이어서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주택 소유자들이 내야 할 부동산 관련 세금이 증가한다.

정부·여당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를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책 로드맵 수준을 넘어 ‘법제화’시키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만큼, 야권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입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때 주려던 세제 혜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1·10 대책을 통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하고,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원시취득세를 감면해주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 정책은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법안 통과 없이는 정책 시행이 어렵다.

이 밖에도 최근 3년 유예가 결정된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도 유예 기간 동안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채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투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거주 의무 폐지에 반대해왔다.

정책[3] 전월세 정책

임대차법 개정 ‘올스톱’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추진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폐기’는 동력을 잃었다. 반면 민주당이 입법을 준비 중인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대차 3법은 지난 정부 때 세입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법이다. 전세 가격 급등, 전세사기 등을 유발해 전세 시장을 교란한 ‘주범’으로 꼽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임대차 3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기준 전국 연립주택의 평균 전세 가격은 1억3236만원으로 전년 대비 2.1%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1년 뒤인 2021년 7월 1억4760만원으로 무려 11.5% 뛰었다. 서울은 같은 기간 2억1641만원에서 2억2726만원으로 13.5% 급등했다. 임대차법 시행 전 1년간 상승폭(2.9%) 대비 5배 가까이 폭등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전세사기 특별법 국회 소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임대차 3법이 전세사기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며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돼 임대인들이 계약을 4년으로 예상하면서 전세 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현 정부 임기 내내 문재인정부의 임대차 정책 수정에 주력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 시기부터 임대차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며 임대차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사실상 폐기 선언이다. 국회에서 적정 의석만 확보했다면, 임대차 3법 폐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임대차법 개정 논의는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이에 비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야권이 주도해 만든 해당 개정안은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골자로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매수,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구제 후, 피의자인 집주인으로부터 금액을 회수한다. 다만, 개정안에 대해 정부당국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자금으로만 수조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피해 구제에만 4조원이 넘게 소요된다고 추정한다.

한편 건설업계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은 동력을 잃게 됐다. 건설업계 위기를 막고자 정부는 CR리츠 도입, 저금리 대환, 대출 만기 연장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우선 임대로 운영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분양 전환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처음 도입했다.

정부는 CR리츠로 악성 미분양 물량을 사들이고, 유동성을 공급해 건설 경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각종 지원책은 ‘법제화’가 필요한 사안은 아니다. 다만, 거야가 의석을 앞세워 지원보다는 ‘구조조정’을 강력히 주장하면 추진력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실제로 민주당 등 야권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정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야 이해관계 같은 정책은

GTX, 철도 지하화 탄력 받을 듯

여야의 이해가 일치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철도 지하화 등 개발 공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가 GTX 활성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GTX 확대 공약을 내걸었다. 국민의힘 총선 공약집을 보면 GTX의 경우 신설하기로 확정된 A·B·C노선과 별도로 D·E·F노선을 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하고 2027년까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담겼다. 세종·부울경·대구·호남 등 지방에도 GTX와 비슷한 지방권광역급행철도(x-TX)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여야가 공통으로 내세운 철도, 도로 지하화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하철과 수도권 GTX를 포함한 전국 철도의 ‘예외 없는 지하화’를 내세웠다. 국민의힘도 지하철 1호선 경부선, 경인선 철도 일부 구간을 포함해 전국 주요 고속도로를 지하화할 계획이다. 양당은 지하화를 통해 확보한 부지에 주택과 공원, 문화시설 등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국토교통부도 최근 철도 지하화 대상 지역과 함께 ‘철도 지하화 합의체’를 발족하는 등 속도를 내는 중이다. 철도 지하화 대상은 서울 지상철도 71.6㎞ 구간과 부산 경부선 19.3㎞ 구간, 대구 경부선 20.3㎞ 구간 등이다. 지자체로부터 사업 구상을 제안받고, 이를 바탕으로 연내 1차 선도 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 중 경인선 지하화는 인천역부터 구로역까지 27㎞ 구간 21개 정거장 중 11개 정거장(인천역~부개역) 14㎞를 지하화한 뒤 상부 공간을 개발하는 것이다.

올림픽도로, 경인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 지하화도 관심을 끈다. 민주당은 올림픽대로를 지나가는 지역구의 전 구간 지하화를 내세웠다. 국민의힘 서울 출마 후보자들은 강변북로, 올림픽대로를 지하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의 올림픽대로 전 구간 지하화 공약을 확대한 것이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인천 서구 청라동부터 서울 양천구 신월동까지 15.3㎞ 구간 중 11.2㎞를 지하화하는 사업이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밟는 중이다.

철도, 도로 지하화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정작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는 점은 변수다. ‘민자 유치’ 방안 등을 내세웠지만 천문학적인 예산 조달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 결과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낸 정당의 개발 공약은 총 2239건으로 소요 예산은 최소 554조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재원을 밝힌 357건(16%)에 한해서다. 개발 공약의 경제성과 재원 조달 방안을 철저하게 점검해 원점에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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