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中 당서기 면담…"고위급 교류 흐름 이어나가자"

박현주 2024. 4. 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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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4일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의 하오 펑(郝鹏) 당서기와 오찬을 함께 하고 "한·중 고위급 교류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자"고 말했다. 한·일·중 정상회의 일정이 다음 달 26~27일로 최종 조율되는 가운데 한·중 간 고위급 교류 재개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24일 방한 중인 하오펑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를 위한 오찬을 주최하고, 한·랴오닝성 간 실질 협력 증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


"韓 기업 투자 안정되게"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하오 서기와 오찬에서 경제안보 측면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조 장관은 "한국 기업을 위해 더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달라"며 "원자재 등 공급망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한국은 중국을 공급망으로부터 배제하는 방식의 탈중국화를 추진할 의도가 없다"며 "지정학적 환경 변화가 양국 관계에 주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그 동맹·우방이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계기마다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하오 서기는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랴오닝성에 투자하기를 희망한다"며 "랴오닝성이 한국과 경제‧인문‧문화 교류 증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선양, 다롄 등이 위치한 랴오닝 성은 동북 3성의 경제 중심지로 CJ 바이오, 포스코 CLPC,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 500여개가 진출해 있다.
24일 조태열 외교장관이 방한 중인 하오펑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와 악수하는 모습. 외교부.


코로나 후 첫 당서기 방한


하오 서기의 방한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지방 당서기로는 처음이다. 중국의 당 서기는 한국으로 치면 '도지사'에 해당한다. 하오 서기는 2022년부터 랴오닝 성 당서기를 맡고 있는데, 티베트, 칭하이 성 등 변방의 지방정부에서 근무해 지방행정 업무에서 잔뼈가 굵었고,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를 거쳐 국유기업 감독 경험도 갖추고 있다.

그는 현재 당 중앙위원이지만 차기 당 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입성도 관측되는 인물로 꼽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저장성 당서기(2002~2007) 출신이다. 중국에서 유망한 지방 고위 관료가 향후 중앙정치 무대에서 크게 활약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한·일·중 앞두고 모멘텀 확보


외교부 장관이 직접 중국의 당 서기와 만나 "고위급 교류 흐름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건 다음 달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오찬을 겸한 면담 형식은 친교를 쌓고, 상대방을 격 있게 대접하는 이미지를 연출하기에도 용이한 형식이다.

전례에 따르면 3국 정상회의에는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중국에선 리창(李强) 총리가 방한하게 된다. 최근 중국에서 ‘시진핑 1인 체제’가 공고화하면서 서열 2위인 총리의 힘이 빠진 측면이 있지만, 리 총리가 방한한다면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중국 측에서 가장 높은 급의 인사가 방한하는 게 된다.

다만 3국 정상회의의 개최와 내용 등에서 중국이 보일 입장이 막판까지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간 정상회의가 동력을 받지 못한 것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에서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가운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오른쪽),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뉴스1.


대중 레버리지 최대 활용해야


또 최근 한국에서 여당이 총선에 참패하고 국정 동력이 약화하면서 중국이 더욱 '아쉬울 것이 없다'는 태도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3국 정상회의 및 이를 계기로 한 한·중 관계 개선에 동력을 붙이기 위해 한국이 내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지위 등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고위급 교류 재개를 도모하기 위해선 양국 외교 채널의 정상화부터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한 중국 대사, 주중 한국 대사가 상대국에서 기대만큼 활발히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서로 양보도 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서도 재무장관, 국무장관이 연달아 중국을 찾는 가운데 한국 또한 중국과 고위급 교류에 있어서 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하며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세션1 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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