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부패 정치인 위한 법" 한동훈의 평가, OECD가 직접 검증한다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법은 부패한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검찰이 74년간 쌓은 수사 능력을 증발시킬 것이다.”
2022년 5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법’으로 불린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렇게 평가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나아가 직접수사 권한을 완전 박탈할 경우 뇌물을 비롯한 부패 범죄 수사 역량에 많은 허점이 생길 것이란 취지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뇌물방지작업반(WGB)이 이같은 부작용이 실제 발생하고 있는지를 직접 검증한다.
24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WGB는 지난해 4분기 정례회의 결의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검증 작업을 위한 실사단을 우리나라에 파견키로 결의했다. 실사단은 법 개정 이후 뇌물 사건을 비롯한 부패 범죄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수사 총량과 역량 변화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국회는 2022년 4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사건으로 제한하고,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강화되면 이마저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도록 했다.
WGB는 뇌물방지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의 협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기구다. 우리나라는 1997년 협약에 가입한 이후 꾸준히 뇌물 방지 이행 상황 등을 평가받았다. WGB가 우리나라의 부패 수사 역량에 처음으로 구체적 우려를 표한 건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던 시점이었다.
드라고 코스 WGB 의장은 2022년 4월 법무부에 “한국 검찰의 수사권 개정을 위한 중재안이 한국의 반부패 및 해외 뇌물범죄 수사와 기소 역량을 오히려 약화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특히 코스 의장은 서한 발송 배경에 대해 외교적 수사를 배제한 채 “(수사권 개정) 입법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서신을 전달하게 됐다”고 적었다. 검찰의 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궁극적으론 이를 박탈하는 것은 부패수사 대응 역량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공식적인 우려 표명이었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을 단독 표결로 강행 처리했고, 법안 공포를 거쳐 2022년 9월 시행됐다.
WGB가 예정대로 올 상반기 내에 실사단을 우리나라에 파견할 경우 야권이 22대 국회에서 핵심 과제로 추진할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대해 국제기구 차원의 객관적 평가가 도출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수사·기소 분리를 약속했고, 조국혁신당은 10대 공약 중 첫째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권 완전 폐지 및 기소청 전환’을 앞세웠다. 이같은 상황에서 WGB가 검찰 수사권 제한으로 인한 부패 수사 역량 약화를 지적하거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할 경우 검찰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WGB의 실사단이 검수완박 이후의 부패수사 역량을 검증하는 건 무리란 시각도 있다. 검수완박법 통과 이후인 2022년 9월 법무부가 ‘검수원복(검찰의 수사권 원상 복구)’으로 불리는 시행령 개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검수완박법에선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규정했는데,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무부는 ‘등’이란 표현을 폭넓게 해석하며 직무유기·직권남용과 선거범죄는 물론 공직자 청렴의무 위반, 범죄수익·자금세탁 등의 범죄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검찰은 뇌물 등 부패범죄에 대해서는 검수완박법 통과 이전과 유사하게 관련 범죄를 수사하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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