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에 '안전관리자' 귀한 몸…산업안전기사 응시 47% 늘었다

나상현 2024. 4. 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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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년제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A씨는 이미 전기기사와 전기공사기사라는 이른바 ‘전기 쌍기사’를 취득했지만, 최근 산업안전기사를 추가로 취득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A씨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되면서 안전관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만큼 관련 자격을 따두면 내 값어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2022년 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 분야 국가기술자격에 대한 응시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희 디자이너

24일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기술자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산업안전기사 필기 응시자는 전년(5만4500명) 대비 47.3%나 증가한 8만253명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9년(3만3287명)과 비교하면 141.1% 급증했다. 건설안전기사도 전년 대비 31.5% 증가한 3만4908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기사시험 응시자가 20.2%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증가 폭이다.

특히 여성 합격자도 지난해 크게 늘어났다. 산업안전기사 최종 합격자 중 여성 합격자 수는 2020년 1986명, 2021년 2212명, 2022년 2131명 등 2000명 안팎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4358명을 기록했다. 여전히 남성 비중이 합격자의 80% 이상일 정도로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여성들의 응시도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는 2022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안전관리자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현행법상 상시 근로자가 50명 이상 또는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인 사업장은 반드시 안전관리자를 둬야 한다. 이때 안전관리자 자격은 ▶산업안전산업기사 혹은 건설안전산업기사 이상 자격을 취득한 자 ▶전문대 이상에서 산업안전 관련 학위를 취득한 자 ▶일정 기간 실무 경험이 있고 국가 양성교육을 이수한 자 등이다.

관련 전공자가 아니거나 실무 경험이 없는 경우 국가기술자격을 공부해 취득하는 것이 안전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인 셈이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 관계자는 “최근 안전관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직자는 물론이고 안전관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 현장에선 단순히 자격만 취득한 사람보단 실질적으로 중대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실무형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안전관리자는 ‘최소 1~3년 이상의 경력자’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현장 경험이 부족한 신규 안전관리 자격 취득자의 공급 확대는 기업의 인력 수요와 미스매치(불일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경력과 등급 등 중소·중견기업의 필요에 맞는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도 실무형 안전 관리자를 확충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설업에 한정됐던 정부 양성교육을 통한 안전관리자 자격 부여를 올해부터 제조업 등 비건설업까지 확대한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올 초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공학·자연과학 분야 학위를 취득한 후 5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이 정부 양성교육을 이수한 경우’ 안전관리자 자격을 추가로 부여하기로 했다. 기한은 2028년까지다. 지난해 종료될 예정이었던 건설업 안전관리자 양성교육도 오는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박원아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기준과장은 “중처법 시행으로 실무 경험이 있는 안전관리자가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했다”며 “다만 자격증이나 학위 등 검증 과정을 거쳐 안전관리자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해 정책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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