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후 진가 드러났다…‘호텔’의 재발견 [스페셜리포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4. 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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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서울 호텔.

여의도 IFC에 포함된 5성급 호텔로 434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이 호텔 주인인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IFC 건물 전체를 파는 대신 콘래드 서울 호텔만 따로 떼내어 공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1차 입찰 결과는 놀라웠다. 생각보다 꽤 많은 투자회사가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것. 그래서 좀 더 몸값을 올려 2차 입찰을 진행했다. 역시나 ARA코리아자산운용, 블루코브자산운용, 그래비티자산운용, 케펠자산운용 등 국내외 투자사 4곳이 경합을 벌였다. 이 중 ARA코리아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호텔업계는 영업 중단 등 바닥을 경험했다. 그런데 엔데믹 후 급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고객은 물론 해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면서다. 객단가가 높아진 것은 물론 매물로 나온 호텔 몸값도 덩달아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귀티만 나던 업종이 아니라 실제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일러스트 : 정윤정 기자
코로나19 악몽은 끝

부활 시동 건 호텔업계

코로나19 유행 종료 이후 호텔 산업은 폭발적인 회복세를 보인다. 객실 예약률, 호텔 폐업률, 매출·영업이익 등 주요 지표들이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객실 예약률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진작에 회복했다. 객실 예약률은 호텔의 수익과 직결된 핵심 지표다. 일반적으로 예약률이 70%를 넘어야 이윤이 남는다. 90%를 넘어서면 모든 객실이 운영 중인 ‘만실’로 본다.

지난해 중반부터 서울 시내 호텔 예약률이 치솟기 시작했다. 평일에 만실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아졌다. 해가 바뀌어도 분위기는 여전히 좋다. 특히 3월의 경우 MLB 서울 시리즈 같은 대형 국제 행사 덕을 톡톡히 봤다. 호텔신라, 조선호텔앤리조트, 롯데호텔, 한화호텔앤리조트 등 국내 주요 호텔의 3월 객실 예약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 이상 높아졌다. 외국인 객실 비중은 80%에 육박했다. 호텔신라의 경우 3월 객실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올랐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경우 이달 객실 가동률이 90%에 달했다. 전체 객실 중 외국인 객실 비중은 80% 이상으로 급증했다. 롯데호텔 역시 이달 객실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이상 증가했다. 4월 들어서도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의 평균 예약률은 9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호텔 폐업률은 급감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전국 관광호텔 폐업 건수는 2022년 45건에서 2023년 14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관광호텔 개업 건수는 41건에서 41건으로 변동이 없었다. 개업은 그대로인데, 폐업은 급격히 줄면서 호텔 숫자가 증가했다. 관광호텔은 각종 여가·부대시설을 갖추고, 대실이 아닌 숙박만 제공하는 곳을 말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호텔’이 관광호텔업에 속한다. 이형구 젠스타메이트 리서치본부장은 “내·외국인 관광 수요 증가에 따라 신규 호텔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활황에 힘입어 주요 호텔 업체는 지난해 연간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여파를 완전히 떨쳐냈다는 평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완연히 상승세를 탔다. 빅3 중 하나인 롯데호텔앤리조트는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겼다. 2023년 매출 1조2917억원, 영업이익 712억원을 거뒀다. 각각 13.8%, 296.9%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외국인 투숙객이 120% 증가하며 실적이 대폭 개선됐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시행된 노후 식음업장의 개보수 공사 종료 후 재개장으로 식음 매출 역시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호텔신라 호텔·레저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6347억원, 영업이익 68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31억원의 적자를 내며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악몽을 완전히 떨쳐냈다. 1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달성, 극한의 효율성을 뽐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23년 매출액 5562억원, 영업이익 41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15.8%(762억원), 영업이익은 2배(213억원) 가까이 늘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공격적으로 출점한 게 빛을 발했다. ▲그랜드 조선 부산(2020년 1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2020년 10월) ▲그래비티 서울 판교(2020년 12월) ▲그랜드 조선 제주(2021년 1월) ▲조선 팰리스(2021년 5월)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처음에는 우려가 상당했지만, 5개 호텔 모두 시장에 안착하면서 실적 상승의 동력이 됐다. 이외에도 코로나 유행 기간 시작한 호텔 PB 상품 사업이 순항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빅3 외 다른 호텔 역시 역대급 실적 행진을 기록했다. GS그룹이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은 2023년 매출액 4822억원, 영업이익 10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30% 이상, 영업이익은 45% 이상 증가했다.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률은 21%에 달한다. 객실, 식음, 연회 등 호텔 전 부문의 매출이 고루 성장했다. 객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0% 증가하며 가장 폭발적인 실적 향상을 보였다. MICE(기업 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 서비스), 비즈니스 출장, 자유 여행 등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급 호텔 브랜드 아난티는 지난해 매출액 8972억원, 영업이익 26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고, 영업이익도 2배 넘게 늘어났다. 2021년 이후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은 2023년 연간 매출액 2776억원, 영업이익 13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 역대 최대치다. 안다즈, 파크 하얏트 서울을 운영 중인 호텔 HDC는 매출액866억3996만원, 영업이익 53억8823만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이 전년(26억357만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카지노로 유명한 파라다이스는 호텔·리조트 부문이 역대 최대인 23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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