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텃밭서 "그가 낙태권 빼앗았다" 심판론 맹공

이승호 2024. 4. 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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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 힐스버러 커뮤니티컬리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뒤엔 지난 2022년 연방대법원에 의해 폐기된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해 "복원하라(Restore Roe)"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텃밭 플로리다주(州)에서 ‘트럼프 심판론’ 띄우기에 나섰다. 임신 6주 후에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 다음 달 플로리다에서 시행되는 것을 두고 “트럼프가 여성의 권리를 빼앗았다”고 직격했다. 최근 지지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추격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권을 무기로 여성과 중도층 표심 공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탬파에서 가진 선거유세에서 “미국에서 가장 극단적인 낙태 금지법 중 하나가 다음 주 플로리다에서 발효될 예정”이라며 “이 법은 임신 여부를 알기도 전에 생식 건강관리를 범죄로 만든다. 플로리다 여성 400만 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대법원은 지난 1일 강간, 근친상간, 긴급 의료 상황 등 사례가 아니면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도록 한 주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고 다음 달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힐스버러 커뮤니티컬리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2022년 연방대법원에 의해 폐기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원하라(Restore Roe)"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지난 2022년 미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보편적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덕에 가능해졌다. 49년 만에 판결이 뒤집어지면서 낙태와 관련한 헌법적 권리도 무효가 됐다. 당시 연방 대법원은 각 주가 개별적으로 낙태권 폐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애리조나 대법원도 지난 9일 산모 생명을 구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는 과거 주법을 되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등 25개 주가 낙태권 제한에 나선 점을 거론하며 “이 악몽에 책임이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자랑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 보수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졌다는 비판이다.

그는 또 “트럼프는 현재 모든 주에서 낙태를 금지하려고 극단주의자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것 같다”며 “의회가 낙태금지법을 통과시키면 나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 내가 대통령인 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투표하면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NYT “바이든, 이번 대선 트럼프 심판장 만들 생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투표는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각 주에서 치러질 수 있는 낙태 관련 투표를 가리킨다. 현재 플로리다와 메릴랜드, 뉴욕 등 3개 주는 11월 대선 때 낙태 문제에 대해 별도 투표하기로 확정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대선 경합주인 애리조나·네바다와 아칸소·콜로라도·미주리·몬태나·네브래스카·사우스다코타 등 8곳도 낙태 문제를 투표 의제로 올리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해당 지역에서 낙태 의제 투표가 승인돼 여성과 젊은 층, 중도층의 관심이 집중된다면 대선에서도 이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은 낙태권 이슈로 이번 대선을 트럼프 대통령 임기에 대한 국민투표로 만들겠단 의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권 제한에 대한 전국적인 추진력을 활용해 대선 경합지는 물론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열세였던 지역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마러라고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는 캘리포니아(54명), 텍사스(40명)에 이어 가장 많은 선거인단(30명)을 가진 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2020년 대선에서 모두 플로리다를 차지했다.


美 8000만원 이하 연봉자, 40시간 이상 초과근무 수당 받아


지난 2021년 미국 미네소타주 로조에 위치한 공장에서 한 직원이 부품 제조 공장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노동자 표심을 겨냥한 움직임도 이어가고 있다. 미 노동부는 이날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연봉 상한을 현 3만5568달러(약 4894만원)에서 7월부터 4만3888달러(약 6038만원)로 올리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해당 기준 미만의 급여를 받는 노동자가 주 40시간 이상 일할 경우 초과 노동 시간에 대해서는 통상 임금의 1.5 배를 받게 된다. CNN은 “연봉 기준은 내년 1월부터는 5만8656달러(약 8071만원)로 올라간다”며 “이렇게 되면 약 400만명의 노동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 노동조합 총연맹(AFL-CIO)은 이번 조치에 대해 초과 근무 수당에 대한 보호를 복원하는 조치라면서 환영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초과 근무를 할 수 없는 저임금 감독자나 전문가를 다수 포함했다”며 “연방 임금법을 위반한다는 법적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6년 노동부는 추가수당 지급 기준을 2배인 연봉 4만7000달러로 올렸으나 텍사스주 연방법원에서 제동을 걸었다. 현재 연봉 기준은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20년 정해졌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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