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실 수사'로 살인범 놓칠뻔한 경찰에 '경징계' 처분
[안현주, 김형호 기자]
▲ 전라남도경찰청 |
ⓒ 안현주 |
경찰은 약 2년 전 전남 고흥에서 일어난 배우자 살인 의혹 사건을 1년 넘게 수사한 뒤 남편을 단순 상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는데, 검찰은 재수사 끝에 살인죄를 적용해 남편을 재판에 넘겼고 1심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다.
24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19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고흥경찰서 소속 A 수사관에 대해 3개월 감봉 처분을 내렸다.
A 수사관의 상사인 수사팀장에 대해선 지휘 소홀 책임을 물어 1개월 감봉 처분했다. 당시 수사과장은 '불문경고' 조치했다.
경찰공무원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등 6단계로 나뉜다. 경징계인 감봉, 견책을 제외한 나머지 4가지 처분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경찰은 이른바 '고흥 배우자 살인 사건' 수사 부실과 수사 지연 책임을 물어 관련자를 징계처분했다.
사건은 지난 2021년 12월 4일 오후 6시에서 다음 날 새벽 2시 사이 고흥군 B씨(당시 68세)의 주거지에서 일어났다. B씨 부부가 단둘이 잠에 들었고 새벽에 일어나보니 아내 C씨(당시 64세)가 이상 행동을 취했고,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숨졌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 남편 B씨가 아내 C씨에게 일부 유형력을 행사한 것은 확인했지만, 살인을 저질렀다는 직접 증거가 없어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약 14개월 만인 2023년 2월에야 불구속 상태로 B씨를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숨진 아내 C씨의 손톱에서 남편 B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방어흔이 존재하고, 부검 결과 피해자의 직접 사인으로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가 추정된다는 소견에 미뤄 살인 사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남편 B씨의 유형력 행사와 아내 C씨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에 대한 추가 수사 및 분석이 필요하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사건 당시 부부의 주거지에 제3자 침입 흔적이 확인되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 광주지검 순천지청 |
ⓒ 안현주 |
일부 법의학자는 법원에 출석해서도 "턱 바로 아래쪽 C자 모양으로 생긴 뼈가 있다. 이 뼈는 굉장히 안쪽에 있어 목을 조여서 깊이 들어올리지 않으면 부러지지 않는 구조"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법의학 자문 결과에 더해 검찰은 사건 현장 주변 탐문과 금융 계좌 조사 등을 거쳐 B씨 부부가 경제적 문제로 불화를 겪고 있었다는 점 등을 추가로 밝혀낸 뒤, 2023년 6월 B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B씨 측은 "피고인은 그날 저녁 소주 1병을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 1시40분께 누군가 팔을 세게 잡는 느낌이 들어 깨어보니 피해자가 눈이 뒤집어진 상태로 피고인의 팔을 잡고 있었다. 피해자를 옆으로 눕혔는데 눈이 감기며 그대로 숨졌을 뿐, 피고인은 피해자 목을 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을 맡은 광주지방법원 형사 11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검찰 측 손을 들어주며 남편 B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주장은 변명으로 판단했다.
1심 판단이 내려진 뒤 전남경찰청은 수사 감찰을 벌여 이 사건 수사관 A씨 등을 징계위원회에 넘겼다.
수사 부실과 지연 수사를 사유로 한 징계에서 관련자들이 모두 경징계 처분되거나 일부는 징계에서 제외되면서, 경찰이 제 식구 잘못에 대해 온정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선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징계요구권자인 전남경찰청장은 해당 과장에 대해선 경징계, 팀장과 수사관에 대해선 중징계를 먼저 요구했다"며 "다만 민간위원들이 포함된 징계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징계 수위가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 광주지방법원 |
ⓒ 안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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