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타협점 찾을 생각 없나…박민수 차관 경질에만 목메는 의료계

박진석 2024. 4.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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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강대강’ 대치에 환자 불안만 가중
2000명 줄이고 일대일 대화에도 거절
다른 대안 제시 없이 그저 ‘원점 재검토’
정부 “원점 재검토, 선택할 대안 아냐”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정부의 ‘유화책’에도 의료계는 시큰둥하다. ‘원점 재검토’ 없이는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여기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경질 등 특정 공무원 징계도 대화의 조건으로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의료개혁을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현재 전공의가 이탈한 지 10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의대교수들도 현장을 이탈할 것으로 보이면서 의료대란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차관 경질에만 혈안…환자 안중 없고 명분도 미미

전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사태의 원흉 박민수, 조규홍, 그리고 김윤이 TV 화면에서 본인은 전혀 책임이 없는 듯이 여전히 얄미운 앵무새처럼 설치고 있는 것이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 자들부터 하루속히 치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임 당선인은 “김윤이 의원직을 사퇴한다면 정부와의 대화도 생각해 보겠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박 차관에 대해선 전공의들도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15일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박 차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시 돋친 언어로 의사들에게 끊임없는 모멸감을 줬고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저주했다”며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는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정 공무원을 경질하고 이 결과에 따라서 병원에 복귀할지 말지를 고려하고 대화를 할지 생각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요구의 명분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치부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의료계는 당장의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이 박 차관 발언으로 의사들의 기분이 나빠졌으니 먼저 기분을 나쁘게 한 제공자를 혼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또 정부 정책을 부정하려면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라는 지적도 있다.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만을 요구할 뿐 ‘의대증원 이러한 이유로 몇 명이 적당하다’던지 ‘어떻게 해야 한다’던지 등 제시는 전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대화를 원한다는 의료계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가 ‘5+4 의정협의체’를 비공개로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의료계는 이 역시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의사들이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게 국민 건강이나 생명을 위해서가 아닌 본인들의 기분이 풀리기 전까진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박 차관도 “더 이상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서 뜻을 관철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화의 장에 나와서 미래를 함께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주재하고 있다ⓒ

정부 “원점 재검토,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아냐”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을 두고 수십 년간간 정체돼 온 의료시스템을 혁신하는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24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그동안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시도조차 못하고 번번히 실패해 왔던 의료개혁의 배를 어렵사리 출항시킨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논의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의료계는 의료개혁 백지화, 원점 재검토 등을 요구하는데, 이는 국민의 기대에 반하는 것”이라며 “어렵게 출발한 의료개혁을 무산시키는 것이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전공의는 의료현장으로, 의대생은 교육현장으로 돌아와 주시기 바란다”며 “의대 교수 여러분들은 의사로서, 교육자로서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제자들을 바른길로 이끌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의정 갈등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국민과 환자, 그리고 사회 각계의 호소와 요구에 귀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박 차관은 “의사 집단행동이 두 달을 넘어가고 있다. 환자분들이 울분을 토하시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며 “ 이런 환자들의 고통과 어려움, 호소를 정말 귀담아들어 주시고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아울러 “정책 내용이나 결정은 합리적인 토의와 이성에 바탕을 둔 토론을 통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하루라도 속히 집단행동을 품고 현장에 복귀해 본인들의 해야 할 일들을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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