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수입개방시대, 풀사료 산업을 지키려면

세종=주상돈 2024. 4. 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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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신품종 개발해 자원 확보
건초 안정적 유통시스템도 구축

가끔 논이나 축사 주변에서 두루마리 휴지, 혹은 마시멜로 모양의 커다란 덩이를 보게 된다. 담근 먹이(사일리지)로 불리는 풀 사료다. 국내에는 연간 약 530만t의 풀 사료가 한우와 젖소의 먹이로 이용되고 있다.

국내 풀 사료 자급률은 지난 20년간 80% 내외를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소(한우·젖소) 사육 마릿수가 최근 10년 사이 63만마리 이상 증가했음에도 높은 수준의 자급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풀 사료 생산자 단체의 노력과 국내 풀 사료 생산 확대를 위한 품종 개발, 재배 기술 연구 등 여러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할당 관세를 적용한 쿼터제로 풀 사료 수입 물량을 제한했기에 국내 풀 사료 시장을 보호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캐나다를 시작으로 2026년 미국, 2028년 호주까지 순차적으로 수입 시장이 개방된다. 특히 현재 수입량이 가장 많은 미국 시장이 열리는 2026년에는 국내 풀 사료 생산 기반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축산물 관세가 낮아지면서 지난해 축산물 수입 물량이 평년(2018~2022년) 대비 많이 증가(닭고기 64% 증가)한 것만 보더라도 수입 개방이 주는 영향은 실로 크다. 수입 풀 사료에 맞서 국내 풀 사료 자급 기반을 지키기 위한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산 풀 사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국내 재배 환경 적응성과 생산성이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하고 새로운 사료 자원을 지속해서 발굴해 다양한 풀 사료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는 풀 사료가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생산 기반을 다양화하고 풀 사료 수확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작부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고품질 건초 생산 중심의 자급기반과 유통체계를 구축하고 국내산 유통 풀 사료의 품질관리 기술이 마련돼야 한다.

축산과학원은 앞서 언급한 국내산 우수 풀 사료 종자 개발, 풀 사료 생산기반 확대, 품질 기반 유통체계 구축 등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 개발을 추진해 왔다. 사료가치가 우수해 농가에서 선호하는 '알팔파'는 국내 재배가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 전량 수입에 의존했었다. 하지만 오랜 연구 끝에 알팔파 신품종 '알파원'과 '알파킹'을 지난해 개발했고, 안정재배 기술도 확보해 국내 생산의 길을 열었다. 또한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정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논 하계조사료 생산 확대를 위해 습해에 강하고 사료가치가 좋은 '사료피'를 신 사료 자원으로 발굴해 신품종 개발에 나서는 등 국내 사료 자원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풀 사료 생산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겨울철 논과 여름철 밭 중심이었던 풀 사료 재배지를 여름철 논과 간척지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기관 간 협업으로 추진 중인 종횡무진 프로젝트에서 '사료작물연구단'을 구성해 습해 저감 기술과 풀 사료 연중 안정생산을 위한 권역별 최적의 작부조합 설정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건초 수입 개방에 대응하고 축산농가에서 선호하는 고품질 풀 사료인 건초를 연중 생산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2022년 열풍 건초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올해까지 20기, 2027년까지 60기를 목표로 보급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에 생산 기반이 구축되면 이를 토대로 현장에서 국내산 열풍 건초가 안정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는 과거 몇 차례 경험으로 국내 자급 기반이 무너졌을 때 어떤 위기가 오는지 알고 있다. 축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풀 사료 산업이 수입 시장 개방이란 바람에 휘청이지 않도록 생산 기반을 굳건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풀 사료 경영체와 축산 농가가 서로 힘을 모으고 관련 정책도 뒷받침될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작된 풀 사료 수입 개방, 보다 지혜로운 대처로 국내 풀 사료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

임기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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