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신약 나왔어도 조기 치료해야 효과… 기억력 떨어졌을 때 병원 가야"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2024. 4. 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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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톡톡_ 대한치매학회 최성혜 이사장
국내 치매 100만 명… 베타 아밀로이드 주원인
근본 치료 가능한 알츠하이머병 신약 FDA 승인
한국 내년 초 도입 예정… 美·日·中에선 사용
신약 초기에 치료해야 효과 볼 수 있어
대한치매학회 최성혜 이사장이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수십년간 축적되면서 뇌에 변화가 생겨 유발된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알츠하이머병도 관리 가능한 세상이 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만 해도 올해 치매 인구가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중앙치매센터). 전체 치매 중 약 60∼70%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인걸 고려하면 상당한 숫자다. 치료를 위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고, 다행히 '알츠하이머병은 불치병'이라는 공식에 금이 가는 여러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식 승인이 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나왔다.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인 인하대병원 신경과 최성혜 교수는 "조기에 진단을 받아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퇴행성 변화 속도를 늦춰 오랫동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알츠하이머 근본 원인…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서 제거되지 않고 엉겨 붙어 축적되면서 시작되는 질환이다. 최교수는 "뇌세포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면 그 주변으로 염증 세포가 모이고, 뇌세포 속 타우 단백질은 과인산화 된다"며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로 신경섬유매듭이 되면 좋은 영양소 등 주요 물질들이 운반되지 않아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치매가 유발된다"고 했다. 결국 알츠하이머병의 시작점은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인 셈. 최 교수는 "최근 10∼15년 동안 알츠하이머병의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됐는데, 해당 연구들 모두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할 때 '베타 아밀로이드'가 가장 먼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알츠하이머병을 정밀하게 진단할 때도 뇌 속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얼마나 쌓였는지 확인한다.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사진)을 통해 알 수 있다. 또 베타 아밀로이드를 초기에 제거하는 치료제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초기 치료 매우 중요해… 악화 후엔 효과 반감

베타 아밀로이드는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축적되고, 쌓일수록 뇌세포 변화가 악화된다. 한 번 쌓이면 쉽게 제거되지도 않는다. 최근 개발된 신약은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막아 알츠하이머병 진행 속도를 확연히 지연시킨다.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으로 인한 변화가 적을수록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신약으로 1년∼1년 반 동안 치료를 진행했더니, PET에서 정상 뇌처럼 보일 정도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제거된 게 관찰됐다. 임상에서도 증상 악화가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뎠다. 다만 타우 단백질이 변성된 후엔 신약으로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도 치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이미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가 일어난 후엔 신경 염증 반응 등 다른 지표들이 활성화돼 있어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도 치료 효과가 작다"며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일 때 신약을 활용해 치료하면 오랫동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은 근본 원인이 아닌 알츠하이머병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다. 신경들 간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준을 높이고, 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들이 활용된다. 원인을 치료하지 않아, 약물 치료를 해도 상태가 지속해서 안 좋아진다. 하지만 대증치료도 조기에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단계마다 활용할 수 있는 약물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말기 단계에는 환자가 식사는 물론 걷지도 못하기 때문에 치료의 의미가 없다"며 "사용해 볼 수 있는 약물이 많은 초기부터 치료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한편, 최근 FDA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미국, 일본, 중국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검토 중이며, 내년 초 정도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밀로이드 PET 양성 소견. 양측 측두엽과 두정엽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된 소견이 관찰된다. /인하대병원 제공

"우리 어제 봤잖아"… 들어도 기억 안 나면 병원 찾아야

경도인지장애환자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기억력 장애' 증상이 보일 때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땐 증상 양상이 '건망증'과 확연히 다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특정 사건에 시간과 장소가 함께 포함된 기억인 '삽화기억'이 저장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제 오후에 딸과 함께 백화점을 갔다'는 삽화기억이 있을 때, 건망증은 어제, 오후, 딸, 백화점 등 단서를 주면 해당 삽화기억을 스스로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아무리 단서를 줘도 해당 사건을 기억해 내지 못한다. 최 교수는 "많은 알츠하이머병 보호자가 '어머니가 기억력이 나쁜 것 같은데 옛날 일은 매우 잘 기억한다'고 이야기한다"며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오래되거나 언제 습득했는지 알 수 없는 의미기억보다 최근 삽화기억부터 저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외에도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서 말하거나, 물건을 두고 위치를 찾지 못하는 증상이 매우 빈번하게 나타난다. 최 교수는 "물건이 없어졌을 때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는 망상도 나타날 수 있다"며 "경도인지장애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가족력이 있을 때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크기 때문에 빠르게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알츠하이머병이 악화하면 언어기능이 저하돼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단어의 뜻을 잊어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방향감각이 저하돼 길을 찾지 못하고, 성격에 변화가 생겨 무감동, 무관심해지기도 한다. 이후에는 잘못된 믿음인 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악화되면 가장 큰 문제는 독립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장시간 간병이 필요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등 보호자에게도 많은 변화와 어려움이 생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요양보호사, 주간보호센터, 요양원 등 좋은 시스템이 많다"며 "보호자 혼자 짐을 짊어지려 하지 말고 본인의 건강도 꼭 챙겼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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