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을 기다렸다... 삼성 이성규, 감격의 첫 그랜드슬램

[프로야구] 삼성, 이성규 역전 만루홈런 앞세워 LG 제압

[윤현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이성규가 23일 만루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이성규가 감격의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삼성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서 이성규의 짜릿한 역전 만루 홈런에 힘입어 7-3으로 8회 강우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공동 5위였던 LG를 꺾은 삼성은 이날 우천으로 경기가 노게임 선언이 된 SSG 랜더스와 공동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6회에만 7득점 '빅 이닝'... 삼성의 폭발력

출발은 LG가 좋았다. 1회 홍창기가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고 김범석이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선취점을 올렸다. 3회에는 볼넷을 골라낸 신민재가 2루 도루를 훔친 뒤 김현수의 중전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5회에도 홍창기가 3루타를 터뜨리자 김현수가 중전 적시타를 터뜨린 LG는 팀 배팅의 정석을 보여주며 3-0으로 앞서나갔다.

끌려가던 삼성은 6회부터 대반격에 나섰다. 선두 타자 김지찬의 우전 안타에 이어 구자욱이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1점을 만회했다. 삼성이 데이비드 맥키넌의 안타로 1, 3루를 만들자 LG는 선발 임찬규를 내리고 불펜을 가동했다.

그러나 삼성의 화력은 더 달아올랐다. 강민호의 내야 안타와 류지혁의 좌전 안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곧이어 이날 경기의 클라이맥스가 나왔다. 타석에 들어선 이성규가 LG의 바뀐 투수 이우찬의 포크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이 홈런으로 삼성은 단숨에 7-3으로 달아났다.

삼성은 행운도 따랐다. 8회초 LG의 공격이 끝난 뒤 폭우가 쏟아졌고, 30분 넘게 기다려도 비가 그치지 않자 심판진이 강우 콜드게임을 선언하면서 삼성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약점 보완한 '거포' 이성규, 올핸 정말 다를까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이성규가 23일 만루 홈런을 기뻐하고 있다

이날 경기의 주연은 단연 이성규였다. 2016년 삼성에 입단하며 프로 9년 차가 된 이성규는 첫 만루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이성규는 꽤 주목받는 거포였다.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해 한국이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장타력 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웠으나, 기술이 부족했다. 힘에만 의존하는 극단적인 타격은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서는 통했으나, 훨씬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가 넘쳐나는 1군에만 올라오면 부진을 거듭했다.

2018년 퓨처스리그에서 무려 31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던 이성규는 지난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5개의 홈런으로 노시환(한화 이글스)과 함께 홈런 1위에 올라 기대감을 높였으나, 아쉽게도 타율 0.207 1홈런 18타점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은 정말 다르다. 약점인 정확도를 보완하면서 전날까지 타율 0.278 3홈런 7타점을 기록했고, 이날은 처음으로 만루 홈런까지 터뜨리면서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뒤늦게 폭발한 활약이 과연 꾸준하게 이어질지, 아니면 시즌 초반의 반짝 돌풍에 끝날지 이성규의 방망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