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윤석열 격노는 미화됐다"

김종훈 2024. 4. 2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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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검찰의 심장부에서> 북콘서트... 힘 빠진 윤 대통령을 검찰이 놔둘까? 그의 답변은

[김종훈, 이정민 기자]

 오마이북에서 출간한 <검찰의 심장부에서>의 저자인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한동수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질문에 답하며 책을 소개하고 있다.
ⓒ 이정민
 
윤석열 대통령은 유난히 '격노'를 많이 한다. 아니 많이 보도가 된다. 검찰에 있을 때 그 격노를 바로 코앞에서 목격했던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윤 대통령의 격노는 미화됐다"고 평가했다.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한 전 감찰부장(현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의 책 <검찰의 심장부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그 책에는 2020년 4월 7일 한 전 부장이 검찰총장실에 올라가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겠다고 보고했더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격노를 하는 장면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북콘서트 사회를 맡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이 내용을 포함해 대통령 취임 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격노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언론에 나온 격노의 의미는 공정을 수행할 때,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할 때, 강한 의지력을 표현하는 것처럼 미화된 형태로 보도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실질은 뭐냐면, 화를 내는 겁니다.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한 전 부장은 "검찰에 있을 때 의외였던 게, 고검장, 검사장, 그 의기로운 검사들이 저 앞에 가면 왜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가(였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년간 대통령 윤석열의 모습에 대해 "검찰에서의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라며 "그분의 운명을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정도에 그쳤어야 된다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수부는 치외법권처럼 (자신들은) 누구에게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들이 비교적 있을 수 있다"면서 "(윤 대통령은) 검찰 조직에서 움직임이 그대로, 그리고 특수부 검사의 인식들이 그대로 대통령직 수행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향한 검찰 수사, 가능할까  

총선으로 레임덕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윤 대통령을 검찰이 가만히 둘까? 이 질문에 그는 "많은 분들이 내년에 대선이 있을 것이라는 등 희망을 찾기 위한 예측도 한다는 걸 안다"면서 "기본적으로 검찰은 언론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고, 언론 보도를 통해 실제 의사결정을 많이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가능성은 있다"라고 예측했다. 다만 "검찰 스스로 아주 핵심적인, 본질적인 철저한 수사를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야기 손님으로 무대에 오른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함께 미니 토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고발 사주'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조성은씨와 미니 토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북콘서트에는 이야기 손님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도 함께 했다. 추 전 장관은 한 전 부장의 말을 이어받아 "검찰이 윤 대통령을 배신할 가능성이 지난주 (오마이TV에 출연해서 말했던) 65%에 비해 좀 더 올라갔다고 본다"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이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각성한 거 같다"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이 발동했던 수사지휘권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중앙지검장은 총장의 승인이나 보고를 하지 않고 알아서 하면 된다, 독자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고발 사주 사건' 공익신고자 조성은씨도 이야기 손님으로 무대에 올랐다. 당시 고초가 떠오르는 듯 잠시 눈시울을 붉히며 말문을 잇지 못했던 조씨는 "돌아보니 다 의미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 당시에 나는 검찰의 총선 개입이라는 전대미문 사건의 물증까지 손에 들고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이걸 어디로 들고 가야 하나 고민을 했고, 수소문 끝에 대검 감찰부장인 한동수 부장에게 찾아갔다. 연락처를 알아낸 뒤 1초도 안 걸리고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사람 외에도 북콘서트 무대에는 김민웅 목사와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됐다. 박범계 전 법무부장관과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등도 함께 했다. 전체 행사는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어둠이 다가와도 항상 빛을 보고 같이 가는 것" 
 
 이야기 손님으로 무대에 오른 김민웅 목사와 함께 미니 토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와 미니 토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행사 말미, 방청석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늘 옳은 길과 두려운 길 앞에서 크고 작게 갈등을 겪는데, 이런 갈등을 겪는 일반 시민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전 감찰부장의 답은 이랬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할 수 있는만큼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생애에서는 온몸을 다해서 철저하게 옳다고 떠오르는 일을 위해서 살아가는 거죠. 그리고 어둠이 다가와도 항상 빛을 보고 같이 가는 거죠. 그렇지만 무리는 하지 마시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맡은 자리에서 하시면 충분해요."

자신의 책 머리말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회색과 적색이 아니며 폭력과 거짓으로 가려지는 것도 아니"라면서 "이 책은 2019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대검찰청 감찰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경험한 사실에 대한 증언과 기록이다. 역사의 현장에서 피하지 않고 당당히 서있으려 노력했다"라고 적은 것과 상통하는 대답이다. 
 
 오마이북에서 출간한 <검찰의 심장부에서>의 저자인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한동수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북콘서트를 하고 있다.
ⓒ 이정민
 
 <검찰의 심장부에서>의 저자인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한동수 변호사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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