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깡통' 하베스트..."자구 노력은 얼마나" [공기업은 지금]

김재민 2024. 4.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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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인수 후 7조원 이상 투자, 회수는 500억원
자구안 노력에도 석유공사 자본잠식 원인으로 꼽혀
2년째 매각 제자리, 방만 경영 논란에 ‘먹구름’ 지속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전경. 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가 재무 개선 노력을 통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만년 적자의 늪에 빠진 자회사 하베스트의 매각 길이 보이지 않아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가 2009년 ‘자원 외교’ 차원에서 약 4조7000억원에 100% 자회사로 인수한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는 2019년과 2022년을 제외한 모든 연도에서 적자를 기록했으며 부채는 3조1000억원(2022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베스트는 오일샌드를 생산하는 ‘블랙골드’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액체인 일반 유전과 달리 오일샌드는 모래와 점토가 섞인 유전이어서, 모래층에 고온고압의 증기를 주입해 원유를 뽑아내 생산한다. 

전통적 원유 생산 방식보다 시설 구축 비용, 고정지출비가 더 들어 원유 가격이 높아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인수 당시에도 이러한 수익 구조와 내·외신의 부실 지적 등이 잇따랐지만 인수가 강행됐고, 결국 ‘돈 먹는 하마’가 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베스트에 투자된 금액은 총 7조5766억원이었으며 이 중 회수한 금액은 490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하베스트에서 7조원의 손실을 본 셈인데, 현재도 이자 비용 등으로 손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자회사의 부진은 모기업인 석유공사에도 악영향을 줬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2671억원, 영업이익 8465억원, 당기순이익 1788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핵심 자산의 효율적 운영, 비핵심 자산 매각·디지털 전환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 생산원가 절감, 비용 최소화의 노력이 흑자로 이어졌다고 석유공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부채총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2년 19조7951억원이었던 부채총계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약 20조2000억원으로 자산총계(18조5000억원)를 웃돌아, 모든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문제는 이러한 하베스트를 매각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2022년 3월 하베스트 매각 공고를 내고, 같은 해 5월 캐나다계 자원개발기업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에 돌입했지만 2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하베스트의 방만 경영 문제도 불거지면서 매각 상황에 더욱 먹구름이 꼈다.

지난해 10월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現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도 해외사업 경영개선실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하베스트는 △블랙골드 4D 탄성파 자료 해석업무 미이행 △시추 후 분석업무 소홀 △생산설비사고 관련 보고 및 조사 미흡 △차입금 만기 대응방안 수립 등 자구노력 미흡 △포트폴리오 관리 및 자산가치 제고노력 미흡 등 12건의 지적사항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석유공사의 처분은 징계가 아닌 ‘부서주의’ 수준이었다.

당시 김경만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하베스트 경영이 엉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온정주의가 결국은 석유공사의 재무 정상화 노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향후 하베스트 매각이 헐값에 진행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기업에서 자구안 실현을 통해 지출 및 비용을 최소화했다지만, 결국 하베스트에서 새어나오는 막대한 손실로 2020년부터 자본잠식을 겪고 있다”면서 “지속되는 자본잠식이 재무건전성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공기업 경영평가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B등급(양호)을 받은 바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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