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성장 미국…숨은 저력은 ‘이민자’

장정욱 2024. 4.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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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저성장 속 미국 경제 약진
늘어난 이민자들 생산·고용·소비 뒷받침
각종 부작용 속에도 긍정 기능 분명
고령화·인구 절벽 한국에 주는 교훈
멕시코 이민자들이 지난해 5월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 설치된 철조망을 통과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주요국이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와 고물가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반면, 미국 경제는 각종 지표가 지속적인 호황세를 가리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높은 생산성과 고용률, 소비 호조 등을 이유로 꼽고 있는데, 이런 지표들에는 ‘이민자’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16일 세계 경제전망을 수정 발표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월 전망 때보다 0.1%p 높이는 데 그쳤지만, 미국은 2.1%에서 2.7%로 0.6%p 올렸다. 프랑스와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0.3%p 하향 조정한 것과 비교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추산해 공개하는 성장률 전망모델 ‘GDP 나우’ 역시 올해 1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2.8%로 수정했다.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늘었다. 시장 예상(0.4%)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2월 증가율도 종전 0.6%에서 0.9%로 상향 조정됐다.

월간 소매 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중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통계다. 미국 경제의 중추인 소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8%로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깝다. 2년째 4% 미만 실업률을 유지하는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음은 물론, 유례없는 노동시장의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수 경제전문가는 미국 경제의 독주(獨走) 배경으로 이민자들을 꼽고 있다. 이들은 질 낮은 일자리를 책임져 임금과 물가 상승 압력을 낮췄다. 이를 통해 노동시장 붕괴를 막는 것은 물론 소비 시장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올해 미국 노동력은 이민자 증가로 예상보다 170만 명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BO는 높은 이민율이 향후 10년간 미국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0.2%p 증가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소비 대국이다. 소비가 증가할수록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다.

박문규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 ⓒG20 공동취재단.

박문규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부총영사)은 지난 18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연차총회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CBO에서 1월에 이민자 수를 발표했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330만 명으로 늘었다”며 “경제 난민들이 연 100만 명 수준이었는데 2022년 이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재경관은 “미국 노동력은 그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고, 노동 고령화 또한 문제였는데 꾸준히 늘어난 이민자들이 이런 문제점을 상쇄시켰다”며 “근면한 이민자들이 저임금 기조를 탄탄하게 받쳐줘 여전히 고용은 스토롱(strong)하다고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박 재경관에 따르면 현재 이민자들은 건설과 운송 등에서 필수 인력으로 취급받는다. 특히 뉴욕 인구 840만 명 가운데 약 330만 명이 이민자다. 이민자 가운데 90만 명 정도만 합법, 나머지는 불법체류 상태다.

박 재경관은 “불법체류 이민자도 취업을 하고, 이들이 뉴욕에서 내는 경제효과는 엄청나다”며 “불법체류지만 일을 하면서 세금을 내고, 소비도 하면서 임금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특히 뉴욕에 불법 이민자가 많은 이유는 정부 차원에서 ‘임시 숙소를 제공받을 권리(Right to Shelter)’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연방법과 뉴욕 주법은 이민자라 하더라도 신분에 상관없이 무료로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이민자라는 불안정한 법적 신분에도 불구하고 임시 숙소에서 학교에 다닐 수 있다.

불법 이민자에 따른 문제점도 있다. 쉘터(숙소) 제공에 따름 재정 손실이 가장 크다. 재정에 부담을 느낀 뉴욕은 지난해 10월 이후 이민자에게 제공하는 임시 숙소 관련해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재정 부담으로 자녀가 있는 이민자 가족이 한 숙소에서 60일 이상 체류하지 못하도록 했다.

언어 소통 문제와 사회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불법 이민자들에 따른 도시 슬럼화 문제는 미 대선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정도로 민감한 대목이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민자들을 통해 선진국 대부분의 공통 문제인 고령사회, 노동력 감소 문제의 해법을 찾고 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구 소멸 위기로 치닫는 한국은 미국의 이민자 정책을 본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병렬 이민정책연구원장은 “한국은 취업이민자, 특히 신규 취업이민자의 비중이 큰 국가”라며 “한국에서 이민의 재정 효과는 더욱 긍정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 원장은 “이민자와 그 자녀들이 혐오와 차별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모습. ⓒG20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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