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출 2위로 뛰어오른 프랑스…1년 만에 러시아 제친 사연 [Focus 인사이드]

방종관 2024. 4.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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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기수출 1위는 어느 나라일까? 당연히 미국이다. 2위 국가는?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를 떠올릴 수 있다. 1년 전까지는 ‘정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답’이다.

프랑스가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 다음 위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10년 전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독일·러시아를 제치고 3단계나 수직 상승한 것이다. 그 이유와 시사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국제질서의 변곡점을 기회로 활용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세계 무기수출 시장에서 10대 강국의 점유율을 발표한다. 최근 5개년을 해마다 분석하는 방식이다.

2019~2023년, 세계 무기수출 시장 점유율 Katharina Buchholz@Statista.com


2009∼2013년, 미국 29%(1위), 러시아 27%(2위), 독일 7%(3위), 중국 6%(4위), 프랑스 5%(5위) 순이었다. 그런데 2019∼2023년, 미국 41.7%(1위), 프랑스 10.9%(2위), 러시아 10.5%(3위), 중국 5.8%(4위), 독일 5.6%(5위)로 순위가 바뀌었다. 미국과 근소한 차이로 경쟁하던 러시아는 10년 만에 27%에서 10.5%로 급락했다. 반면, 프랑스는 5%에서 10.9%로(2.2배) 상승하면서 러시아를 추월한 것이다.

변곡점은 ‘2014년’과 ‘2022년’이었다. 2014년에는 러시아의 크름 반도 병합과 돈바스 분쟁이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다. 일명, ‘신냉전’으로 국제사회가 ‘블록화’하면서 러시아의 무기수출 대상 국가도 감소한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러시아 무기의 문제점이 악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프랑스는 인도·이집트·카타르 등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라팔(Rafael) 전투기의 수출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이다.


국가 안보전략과 연계한 방위산업 육성

프랑스 방위산업이 지향하는 가치는 ‘드골(Charles de Gaulle, 1958∼1969년)’ 대통령에 의해 정립됐다. 즉, 방위산업이 ‘프랑스 위대성 구현과 안보의 자율성 확보’라는 국가전략의 핵심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독자적인 ‘핵무장’도 동일한 관점으로 추진됐다.

2024년 4월 11일(이하 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남서부 베르주라크에 새로 연 탄약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


이는 현직 에메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4월 11일(이하 현지시간), 그는 새로운 탄약 시설의 착공식에 참석하여 “러시아로 인해 촉발된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프랑스의 방위산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가 안보전략과 방위산업의 긴밀한 연계성은 프랑스 방위산업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1990∼2010년대 초, 냉전 해체로 무기 수요와 국방예산이 감축되면서 방위산업이 침체기에 들어선 것이다. 영국·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이윤을 우선 고려해 생산라인의 대부분을 해체하고 방산기업을 민영화했다.

반면, 프랑스는 주요 방산기업의 지분 일부를 국가가 보유하는 조치 등을 통해 생산역량의 약화가 최소화하도록 노력했다. 이윤도 중요하지만, 국가 안보전략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2010년대 중반 시작된 세계 방산시장의 변곡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견고한 방위산업 기반과 적극적인 무기수출 지원

방위산업의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은 ‘국방과학기술 수준’이다. 2021년 기준,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평가에 의하면(미국 1위, 100점으로 가정), 프랑스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러시아와 공동 2위로서 89점이다. 주요 방산기업은 매출의 10∼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2023년 11월 13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에어쇼에서 공중 기동을 선보인 프랑스 전투기 라팔(Rafale). 라팔은 프랑스 무기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품목이다. AP=연합 .


프랑스 방위산업 생태계는 10여 개의 대기업과 4000여 개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 차원에서 중점관리 하는 기업은 350∼400개에 달한다. 방산분야 직접 종사자는 약 20만 명으로서 전체 산업 고용 인력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무기 수출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지원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비판’이 있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2018년, 플로랑스 파를리(Florence Parly) 국방장관은 “무기 수출은 우리의 주권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방산수출 금융지원도 파격적이다. 2021년, 이집트에 라팔 전투기 30대를 수출하면서 계약 금액의 85%(5조원) 이상을 대여한 바 있다. 경제개발기구(OECD) 기준, 최하위 7등급 국가(62개국)에게도 ‘조건부 승인’으로 지원한다. 덕분에, 프랑스 방산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선순환 구조가 정착한 것이다.


비전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전략과 내용이 중요

요즘 프랑스의 방위산업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가 안보전략과 방위산업이 긴밀한 연계성을 유지하고,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했으며, 축적된 경쟁력과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상승효과(synergy effect)를 발휘한 것이다.

2023년 9월 방신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왼쪽에서 아래부터 셋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달과 회의를 열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유럽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2023년 9월, 세바스티앙 르코르뉘(Sébastien Lecornu) 국방장관이 20여명의 방산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동유럽 방산시장을 확장하려는 한국은 프랑스와도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도 ‘세계 4위 방산강국’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도전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정부의 성향에 따라 국가 안보전략과 방위산업의 연계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국방과학기술의 수준이 비전(세계 4위) 대비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세계 9위) 실정이다. 방산 강소기업의 숫자와 역할도 부족하다. 방산수출 금융지원 관련법이 개정되었지만, “경쟁국가 대비 금액이 부족하고 후속 조치가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비전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전략과 내용이 중요하다.

방종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교수ㆍ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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