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재팬' 챗GPT도 만든다…AI에 수십조 뿌리는 日정부

이희권 2024. 4.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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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일본 현직 총리로는 46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최대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재팬'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 세미콘 재팬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에 수십 조원의 보조금을 뿌린 일본이 이제 인공지능(AI) 인프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AI가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국가 대항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본도 자국 내 AI 관련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일본 정부가 AI 개발에 필요한 수퍼컴퓨터 관련 기업 5곳에 총 725억 엔(약 647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AI 훈련을 위한 수퍼컴퓨터 확장을 위해 통신기업 KDDI를 비롯해 사쿠라 인터넷· GMO·루틸리아·하이레조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산 생성형 AI도 개발한다. 소프트뱅크는 고성능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 설비에 내년까지 1500억엔(약 1조335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오픈AI의 챗GPT-4와 비슷한 수준의 최상위권 모델 제작이 목표다.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오라클 등 빅테크 기업들도 AI 시대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일본에 잇따라 증설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의 투자 규모만 총 35조원 이상이다. 오픈AI는 지난 15일 도쿄에 첫 아시아 사무소를 열었고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양자 수퍼컴퓨터 개발에 착수했다. 양자컴퓨터와 기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장점을 결합해 신약개발·에너지 분야의 AI 연구를 지원할 방침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AP=연합뉴스

생성형 AI를 비롯해 수퍼컴퓨터·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는 일본의 첨단산업 부활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이미 웨이퍼(반도체 원판)에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은 물론, 메모리 반도체·파운드리 생산 거점을 모두 일본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AI 반도체 기반의 서버와 생성형 AI를 구축해 자체 AI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것이 일본의 전략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반도체 공장에 뿌린 천문학적인 보조금 카드를 또 꺼내들 태세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지원한 보조금은 257억 달러(약 35조4200억원)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0.71%에 달한다. 독일(0.41%)과 미국(0.21%)·프랑스(0.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메이드 인 재팬’ AI 칩 양산 준비


김경진 기자
막대한 투자와 보조금으로 구축할 데이터센터와 수퍼컴퓨터에는 ‘메이드 인 재팬’ AI 칩이 탑재된다. 일본 대기업 연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라피더스는 오는 2027년 2나노미터(㎚·1㎚=10억 분의 1m)급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홋카이도에 공장을 짓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소니·NTT 등 라피더스에 출자한 일본 기업들의 AI·데이터센터용 칩을 주로 생산할 것”이라며 “AI 칩 자급자족이 일본의 목표”라고 말했다.

에노모토 타카오 라피더스 전무 역시 지난해 11월 중앙일보와 만나 “라피더스는 일부 고객사를 위한 맞춤형 칩 생산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파운드리 업계 선두권인 TSMC·삼성전자와 당장 정면승부를 벌이진 않겠지만 적어도 일본 내 AI 칩 수요만큼은 라피더스가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각국 독자 AI 생태계 구축 사활


반도체 칩 뒤로 한국과 일본의 국기가 맞닿아 있다. 셔터스톡
일본이 AI 인프라 확대에 나선 데는 최근 AI 기술 경쟁이 산업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I 칩을 손에 쥐고 있어도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 등 AI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키우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스탠포드대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일본의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는 2.53건으로 한국(10.26건)과 미국(4.23)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에 있어 영어권 국가가 아닌 일본은 독자 모델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중국·중동 국가들은 독자적인 AI 구축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자체 AI 생태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칩 설계에서부터 클라우드·소프트웨어·서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장악하지 못하면 AI 시대에도 미국 빅테크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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