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쇼츠보다 밤샜지? "날 구속해줘" 앱에 해결책 있다

홍상지 2024. 4.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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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 돕는 신통방통 앱의 세계

■ 경제+

「 자기 전 알람 설정 위해 머리맡 스마트폰을 잠깐 열어 봤을 뿐인데 유튜브·틱톡발 ‘기습 공격’에 홀린 듯 날밤 새워 본 사람이라면, 하루만이라도 스마트폰 좀 놓고 ‘갓생’ 한번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면, 키즈폰 쓰던 자녀가 친구가 놀린다며 일반 스마트폰으로 바꿔 달라고 조른다면 주목하자.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PC 이용 시간은 약 5시간.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 중독이다. 정보기술(IT) 중독 끊어내려면 결국 스마트폰 전원을 끄는 것밖에 답이 없는 건지, 스마트폰 처음 쓰는 자녀의 시간 관리는 어찌해야 할지, IT 중독을 IT로 슬기롭게 극복할 방법을 찾아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만 3~69세 스마트폰 이용자 2만28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 23.1%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과의존 위험군은 스스로 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중독’ 상태를 뜻한다. 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콘텐트는 메신저, 영화·TV·동영상, 관심사 검색, 음악 감상 순이다. 특히 일반 사용자군보다 숏폼 플랫폼에 많이 접속했다.

2022년 미국 아칸소대 연구팀은 18~30세 성인 978명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6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소셜미디어를 121분 이상 195분 이내로 사용한 사람 중 22.6%, 196분 이상 300분 이내 사용한 사람 중 32.3%가 우울 증상을 경험했다.

책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정보기술(IT)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현대 사회 전체가 ‘주의력 자원의 빠른 소진’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입장 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반납해야 하는 북카페 등이 인기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 이처럼 IT와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IT 중독을 IT로 맞서는 ‘스마트’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생산성 향상 앱들은 이용자의 앱 사용 시간을 관리하고 동기부여 수단도 제공한다.

김영옥 기자

스마트폰 중독 방지 앱 ‘터닝’은 앱 재실행 방지 장치를 설정하면 약속한 이용 시간 경과 후 앱이 강제 종료된다. 다시 접속하려면 받아쓰기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귀찮기도 하고 ‘이 앱을 깔게 된 동기를 잊지 마세요’ 같은 문장을 받아쓰다 보면 자괴감이 밀려온다. 단순한 듯 보이지만 꽤 효과가 좋다는 후기가 많다. 터닝을 개발한 스타트업 ‘허슬러즈’의 문용우 대표는 “학생들에게 공부에 가장 방해되는 점이 뭔지 물어보니 틱톡을 꼽았다. 누군가 강제로 차단해 주길 바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현재 이용자 수는 약 3만5000명. 최근엔 유료 상품(월간 플랜 기준 월 3900원)도 내놨다. 유료 앱은 이용 시간이 초과하면 하루 동안 해당 앱은 사용할 수 없고, 구독 기간 중 ‘터닝’ 앱 삭제도 불가능하다. 이용자 입장에선 돈 주고 더 강력한 규제를 사는 셈이다.

대만 업체 ‘시크알테크’(Seekrtech)가 개발한 앱 ‘포레스트’도 유용하다. 6000원짜리 유료 앱이다. 집중 시간을 미리 설정해 놓고 그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면 가상의 숲에 나무 한 그루를 심을 수 있다. ‘포기’ 버튼을 누르면 숲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시든다. 아무리 가상의 숲이어도 나무가 시드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 묘하게 동기부여가 된다. 미션 성공 시 주어지는 소정의 코인을 모으면 개발도상국에 ‘진짜 나무’를 기부할 수도 있다. 앱이 세계에 심은 나무가 약 164만 그루다. 앱을 3년째 쓰는 직장인 김주영(37)씨는 “별거 아닌 동기부여 같은데 숲 가꾸는 재미가 있어서 업무 중에도 무심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습관을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순 공부 시간’을 체크할 수 있는 앱 ‘열품타(열정을 품은 타이머)’도 있다. 시험공부든 자기소개서나 기획서 작성이든 목표를 설정해 두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그때부터 시간이 측정되는데, 다른 앱을 켜면 자동으로 측정을 멈춘다. 25분 집중하고 5분 휴식을 반복하는 ‘뽀모도로 모드’, 데이터 사용 없이 측정하는 ‘오프라인 모드’도 있고 공부 시작 시간 등을 공유하는 스터디그룹도 만들 수 있다.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저사양 ‘덤폰(dumb phone)’도 대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지난 2월 피처폰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산만함이 끊이지 않는 시대, Z세대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벗어나 시간을 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해 글로벌 피처폰 시장 규모는 약 110억 달러(약 15조원)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키아·삼성·모토로라 등이 내놓는 피처폰과 가벼운 버전의 앱 정도만 지원하는 KaiOS 같은 저사양 운영체제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김영옥 기자

미국 기업 라이트(Light)가 2019년 출시한 ‘라이트폰2’는 통화·메시지·알람·음악·지도 기능 정도만 갖춘 폰이다. 전자책에 사용하는 흑백 전자 잉크를 써 눈의 피로감을 덜었다. 라이트폰은 미국 현지에서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하는 이들의 ‘대안폰’으로 부상 중이다. 국내에선 SK텔레콤 이용자만 쓸 수 있다. 노키아 제조사로 유명한 HMD 글로벌은 2021년부터 단종되거나 일부 기능만 추가한 피처폰을 재출시하고 있다. HMD 사이트는 ‘Dumb phone, smart choice(덤폰, 스마트한 선택)’이라고 적었다.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에도 답이 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아이폰의 스크린 타임, 안드로이드폰의 디지털 웰빙 기능 모두 스마트폰이 중독성을 유발한다는 사회적 비판이 커지자 도입된 기능이다. 아이폰의 경우 사용자가 허용한 앱과 전화 외에 모든 앱이 닫히는 다운타임 기능, 앱 사용 제한 기능 등이 있다. 재사용하려면 비밀번호 재입력 혹은 설정 해제를 하면 돼 제한이 강하진 않은 편이다.

스마트폰 첫 화면에는 카메라·지도·알람 기능 등 최소한의 앱만 남기는 것이 좋다. 꼭 써야 하는 앱만 두고, 한 번 열면 돌이킬 수 없는 ‘유혹적인 앱’들은 홈 화면에서 애초에 지워 놓는다. 앱 아이콘이 보이면 무심코 열게 되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을 흑백 모드로 바꾸는 것도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왔다. 아이폰은 설정에서 손쉬운 사용으로 들어가 손쉬운 사용 단축키로 색상 필터를 설정하면 된다. 측면 버튼을 세 번 연달아 누르면 화면이 흑백으로 변한다. 갤럭시폰은 설정→접근성→시인성향상→색상조정으로 가자.

알림 보고 들어왔다가 홀리는 경우, 꽤 많다. 자주 사용하는 앱 알림은 미리미리 끄자. 유튜브에서는 설정으로 들어가 알림 메뉴에서 맞춤 동영상, 자동재생 메뉴에서 다음 동영상 자동재생 기능을 꺼두면 무제한 알고리즘의 늪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오른쪽 상단 설정 버튼을 눌러 알림으로 들어가 푸시를 끄면 된다. 이용 시간으로 들어가면 일일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기능도 있다. 사용 시간이 다 되면 앱을 잠시 닫으라는 알림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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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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