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뒤 목청 커진 김태흠·이장우·이철우…9룡처럼 대선 꿈꾸나
최근 여권에서는 “총선 패배 후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는 말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외에도 저마다 총선 패인과 대책을 공개적으로 설파하는 단체장이 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이는 김태흠 충남지사다. 그는 22대 총선 다음날인 11일 페이스북에 “국민은 선거에서 집권여당에 회초리가 아닌 쇠몽둥이를 들었다”며 “윤석열 정부, 저를 포함한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의 처절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썼다. 이어 “당은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을 보이고, 정부는 내각과 대통령실을 새롭게 구성해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인선에 대한 협조를 넘어 인재 추천을 요청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체급 위인 홍준표 시장을 벤치마킹하면서도, 메시지 횟수나 수위를 조절해 엇나가는 걸 피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2일 정진석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임명되자 “충청 출신 비서실장은 충청 배려 차원에서 매우 적합하다”며 “충청과 영·호남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는 18일 지역주재기자를 만나선 “범죄혐의가 있고 재판을 받는 대표가 있는 정당이 상식적으로 의석수가 적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표를 적게 받은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은 당과 정부에 힘을 실어주되 비판은 최대한 삼가는 모습이다.
대신 그의 화살은 당 비주류를 향했다. 총선 선거운동 기간이던 1일 페이스북에 “조해진·함운경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현장을 뛰어라”고 썼다. 당시 경남 김해을에 출마한 조해진 의원이 “윤 대통령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함운경(서울 마포을) 전 후보가 “대통령은 탈당하라”고 압박하자 받아친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수도권 선거운동을 돕던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선 “유승민은 나대지 말고 자중해라”고 공격했다. 여권 인사는 “현직 단체장이 중앙정치 이슈로 당내 인사를 비난한 건 이례적”이라며 “대통령실과 당 주류에 어필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0일 페이스북에 “당내 낙선인 모임에서 총선 패인이 ‘지도부 탓, 대통령 탓, 영남 탓’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잘 되면 내 탓이고 잘못되면 조상 탓’은 아닌지 돌아보시라”고 적었다. 마녀사냥식 책임론은 지나치다는 의미였다. 이어 “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장과 국무총리를 당에서 추천하자”며 “내부 인물도 키우자. 자꾸 외부수혈을 하다 보면 도매금으로 당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썼다.
경북의 한 의원은 “같은 TK(대구·경북)로 묶이는 홍 시장이 최근 치고 나가자 이 지사가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담담한 조언을 한 게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19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선 여권 광역단체장 중 홍준표 시장(3%), 오세훈 시장(2%)만 순위권에 들었다. 김태흠·이철우 지사, 이장우 시장은 해당 조사에서 한 번도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소위 ‘9룡’이 경쟁했던 것처럼 세 사람도 대권 꿈을 꾸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행정성과 없이 정치적 계산만 앞세우면 국민은 과욕을 부린다고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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