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메우던 교수들, 주 100시간 진료에 탈진

김유나,차민주,이경원 2024. 4. 2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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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외과에서 근무해 온 A교수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24시간 당직 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20여명이 병원을 나간 이후부터 당직교수가 돌아가면서 이들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장상윤 사회수석은 이날 용산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교수님들은 환자와 보호자 곁을 지키며, 전공의와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길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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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직 후 24시간 당직 콜
새벽부터 수술 연속… 종일 굶기도
주 1회 외래진료·수술 중단 추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벽면에 23일 ‘대학병원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에 즈음하여 환자들에게 드리는 글’이 게시돼 있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면서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부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외과에서 근무해 온 A교수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24시간 당직 콜을 받고 있다. 쪽잠을 잘 때도 머리맡에 휴대전화를 두고 눈을 붙이는 식이다. 정규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7시지만 지난 2월 이후 스케줄대로 퇴근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병동에서는 퇴근 이후에도 A교수에게 수시로 연락이 온다. 평상시라면 병동 간호사가 환자 상태를 확인한 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한다” “환자 혈압이 높다”는 식의 ‘프라이머리 콜(1차 호출)’을 전공의들에게 보낸다. 하지만 전공의 20여명이 병원을 나간 이후부터 당직교수가 돌아가면서 이들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특히 오후 10시가 넘어가면 병동 연락이 잦아진다. 콜을 받은 A교수는 병원 밖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내부망에 접속해 오더(처치 명령)를 수시로 넣는다. 이 역시 이전에는 전공의가 하던 일이다. 지난 1일에는 오전 7시부터 근무하고 퇴근 뒤 오더를 하고 나니 밤 11시가 넘어갔다. 집에서 잠시 눈을 붙였지만 2일 오전 1시 다른 병원 환자 이송이 가능하느냐는 전화 문의에 A교수는 잠에서 깼다. 각 병원 응급환자 전원을 조율하는 ‘전원 코디네이터’의 전화였다. 이달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전 1시, 2시에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결국 A교수는 병원으로 향하며 응급환자 수술을 준비했다. 환자에게 수술 동의서를 받고 설명하는 일 역시 A교수의 몫이 됐다. 그렇게 수술방에 들어간 뒤 나온 시각은 오전 5시30분. A교수는 집에 가는 대신 병원 당직실에서 쪽잠을 잔 뒤 오전 7시부터 외래 진료를 시작했다.

그날 오후까지 정규 수술 3개가 이어졌다. 오후 8시 수술이 끝나서야 비로소 그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A교수는 “요즘에는 전화만 울리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지경이 됐다”며 “주변 교수들도 처음에는 ‘다 같이 힘든 시기니까 도우면서 하자’라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다들 너무 지쳐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 공백을 메우던 의과대학 교수들이 한계에 임박하고 있다. ‘빅5’ 병원 혈액종양내과 B교수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8주동안 가족과 저녁을 못 먹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암 환자들에게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 건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지만, 혼자 버티려니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셧다운’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 외에도 물리적으로 더이상 장시간 근로를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은 “교수들이 이미 주 100시간 넘게 진료하는 상황이다보니 하루 정도만 휴일을 갖게 되면 나머지 일자에 진료나 수술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의사단체의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입장 고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상윤 사회수석은 이날 용산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교수님들은 환자와 보호자 곁을 지키며, 전공의와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길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정부를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김유나 차민주 이경원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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