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우크라이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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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라오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사진에는 커피가 자주 등장한다.
미국식 커피를 아메리카노라 부르듯, 매우 쓰고 진한 맛의 우크라이나 커피를 일컫는 '우크라이너'란 말도 등장했다.
파리에서 테러가 벌어졌을 때 프랑스인들이 노천카페로 몰려나와 "테러의 공포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듯이, 우크라이나인들은 매일 울리는 공습경보 속에서도 커피 마시는 일상을 이어가며 "전쟁의 공포에 꺾이지 않겠다"는 무언의 투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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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라오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사진에는 커피가 자주 등장한다. 전선의 참호에서 잠시 숨을 돌릴 때 드립 커피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붓는 장면이 주로 찍혀 있다. 고향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면서 잘 있다고 보여줄 만한 것이 전쟁터에 커피 말고는 딱히 없기도 하겠지만, 징집 통지를 받으면 커피부터 챙긴다는 말이 나올 만큼 우크라이나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2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하며 어려워진 우크라이나 경제에서 커피업계는 유독 호황을 누리고 있다. 키이우에는 개전 이후 커피숍 수백 곳이 새로 문을 열어 지금 2500개를 넘어섰다. 폭격에 한 귀퉁이가 무너진 건물에서 커피를 갈아 파는 가게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국식 커피를 아메리카노라 부르듯, 매우 쓰고 진한 맛의 우크라이나 커피를 일컫는 ‘우크라이너’란 말도 등장했다.
커피는 러시아에 저항하는 상징이 됐다. 파리에서 테러가 벌어졌을 때 프랑스인들이 노천카페로 몰려나와 “테러의 공포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듯이, 우크라이나인들은 매일 울리는 공습경보 속에서도 커피 마시는 일상을 이어가며 “전쟁의 공포에 꺾이지 않겠다”는 무언의 투쟁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커피 문화가 자리 잡은 건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2013년 마이단 혁명으로 친러 정권을 몰아낸 뒤 유럽과 밀착하며 커피 문화를 받아들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커피 시장이 됐다. 커피를 마시는 일 자체가 러시아를 거부하는 행위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커피기업들은 병사들이 마시도록 매달 엄청난 양의 커피를 군에 공급하고 있다. 전장에 커피가 떨어질 일은 없었는데, 서방의 지원이 끊기면서 무기가 떨어져 우크라이나군은 고전을 거듭해왔다. 그 틈을 노린 러시아가 총공세를 준비 중인 시점에 미국 의회에서 몇 달째 묶여 있던 우크라이나 지원법이 통과됐다. 600억 달러어치 무기가 내주부터 공수될 거라고 한다. 쓴 커피를 삼키며 힘겨운 나날을 버티던 이들에게 다시 싸울 희망이 생겼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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