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 세대에 빚 떠넘길 연금개혁안 국회가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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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 개혁안, 2061년 보험료율 35% 넘을 듯
기성세대만 이득 보는 모순 입법 과정서 고쳐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연금개혁안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 492명의 설문조사에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올리는 1안을 다수(56%)가 선택했다고 밝혔다. 1안을 얼핏 보면 보험료율을 12% 올리고 대체율은 40%를 유지하는 2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기금 고갈 시기의 경우 1안은 2061년, 2안은 2062년으로 1년밖에 차이가 안 난다.
문제는 그 이후다. 1안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급격히 증가시킨다. 2061년 이후 연금 보험료율이 30~40%대로 급증하면서 현재 20세 이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보험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1안이 보험료율은 4%포인트 인상한 데 비해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나 올린 탓이다. ‘조금 더 내고 훨씬 많이 받게’ 설계해 갈수록 적자가 커진다. 향후 70년간 국민연금 누적 적자를 702조원이나 증가시킨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계산도 있다.
국민연금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기금 수익률과 의무가입 연령, 기초연금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100년을 내다봐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이런 복잡다기한 사안을 시민대표 492명의 설문조사로 결정하는 건 무리다. 특히 기금 고갈 이후 급등하는 보험료를 떠안게 될 10대 이하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기성세대는 확 높아진 소득대체율로 혜택을 보지만 이에 따른 빚은 청년세대에게 돌아간다.
지난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민연금을 ‘신·구연금’으로 분리하자고 제안한 이유도 청년세대에게 과중한 짐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서다. KDI 방식을 적용하면 청년 세대는 15.5% 정도의 보험료율을 부담하면 되지만, 공론화위 다수안(1안)이 시행될 경우 보험료율이 35% 이상으로 치솟는다. 여기에 건강보험료와 소득세까지 내고 나면 미래 세대는 열심히 일해도 손에 쥐는 소득이 별로 없는, 암울한 시대를 맞게 된다. 지난해 0.72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올해 0.6명대로 떨어지는 초저출산 위기 상황에서 미래 세대의 앞날은 더 어두워진다.
연금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9%에 묶여 있는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을 대폭 늘려 기성세대만 이득을 보는 개혁은 아니 한 만 못하다. 국회 연금특위가 공론화위의 결과를 넘겨받아 최종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벌써 “소득보장이 우선이라는 국민의 뜻을 확인했다”(김성주 의원)는 더불어민주당과 “서민을 교묘하게 희롱하는 포퓰리즘의 극치”(유경준 의원)라는 국민의힘이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하는 개혁안을 지금 그대로 통과시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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