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돈·포르노 배우 얽힌 트럼프 재판… 핵심 증인은 ‘돌아선 충복’
입막음 돈 전달 인정, 증언 주목
성추문 → 돈 받은 배우도 증언대
배심원단 18명 민주당 성향 우세
기소한 브래그도 민주당 출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을 위해 회삿돈을 불법 사용한 의혹 관련 재판이 본격 시작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돈과 포르노 스타, 플레이보이 모델, 전직 대통령 등이 얽힌 이 법정 드라마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뜨거운 이슈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이번 재판의 ‘키 플레이어’로 배심원단과 마이클 코언 등 핵심 증인들을 지목했다.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은 최근 배심원 12명과 예비 배심원 6명 등 모두 18명의 배심원단을 확정했다. 유무죄를 가릴 배심원 12명은 남성 7명, 여성 5명으로 구성됐다. 여성 배심원들의 직업은 물리치료사, 의류 개발자, 언어치료사, 엔지니어, 영어교사다. 남성들은 전자상거래회사 대표, 전직 자산관리사, 투자은행가, 보안 분야 엔지니어, 영업직 직원, 변호사 2명이다. 대부분이 할렘, 헬스키친, 첼시, 어퍼·로어 이스트사이드 등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맨해튼 주요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찰 측이 우호적인 배심원단 구성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12명 중 8명은 뉴욕타임스(NYT)나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BBC 등 주류 언론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 진보 성향의 MSNBC를 시청한다고 답한 배심원도 있었다.
선정된 배심원들은 대체로 트럼프에 대한 특별한 선입견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정치와 대통령으로서의 결정에 많은 부분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 인물과 “그의 정책 일부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미국에 좋은 점이 있었다”고 말한 인물이 배심원단에 포함됐다. NYT는 예비 배심원을 포함해 2명이 트럼프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인은 트럼프의 해결사였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다. 그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트럼프 그룹에서 근무한 최측근이었지만, 이제는 검찰 측 증인이 됐다. 그의 협조 덕분에 검찰의 기소가 가능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코언은 입막음 돈을 전달한 혐의 등을 인정했고, 현재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성추문 당사자인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도 증언대에 선다. 그녀는 2016년 대선 전 코언으로부터 13만 달러를 받았다. 트럼프가 코언을 통해 대니얼스에게 돈을 전달하면서 회사 장부를 조작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 사실이다.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배우 캐런 맥두걸도 주목받는 증인이다. 그녀 역시 트럼프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했다. 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는 맥두걸에게 15만 달러를 주고 독점 보도 권리를 사들인 뒤 이를 묻어버렸다. 당시 내셔널인콰이어러의 발행인은 트럼프의 오랜 친구 데이비드 페커다. 검찰은 트럼프 측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사들인 뒤 묻어버리는 ‘캐치 앤드 킬’(catch and kill) 수법을 종종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맥두걸과 페커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트럼프 기소를 주도한 인물은 민주당 출신의 첫 흑인 맨해튼지검장 앨빈 브래그다. 브래그는 트럼프 측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숨기려고 조직적으로 은폐를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를 설계했거나 승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트럼프 그룹이 34건의 허위 기록(수표 11, 월별 송장 11, 신탁 장부 12건)을 작성했고,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에서 이 중 여러 건에 직접 서명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브래그의 맞수는 트럼프 측 수석변호인 토드 블랑쉬다. 그는 브래그 지검장과 한때 뉴욕 남부연방지검에서 함께 일했다. NYT는 블랑쉬가 본래 중도 민주당 성향이어서 트럼프 변호를 맡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그의 지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블랑쉬는 그러나 현재 트럼프의 형사 재판 4건 중 3건에 참여하는 핵심이 됐다. 그는 트럼프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 근처로 이사했으며, 법률팀 중 트럼프의 마음을 가장 잘 읽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블랑쉬는 돈 전달자 코언이 일을 처리했고, 트럼프는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코언 증언의 신뢰성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코언은 이번 사건 외에 위증죄로도 복역 중이다. NYT는 “브래그가 수많은 증거를 수집했지만 유죄 판결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트럼프를 문서 위조 음모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번 기소가 자신에 대한 정치적 박해라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의 딸이 민주당에서 일했고, 브래그 지검장이 민주당 출신인 만큼 공정한 재판을 받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그러나 최근 NBC방송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은 트럼프가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불공정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4%가 트럼프의 혐의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했고, 대선 때 트럼프를 찍겠다고 한 응답자 중 13%는 중범죄 유죄 판결 시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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