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남민전 관련자도…유공자 길 열린다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셀프 특혜법’ 비판을 받은 민주유공자법안과 가맹사업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 요구 안건을 단독 처리했다. 야당이 총선 이후 입법 독주에 속도를 내면서 22대 국회에선 거야의 일방적 입법이 더 노골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경찰관 7명 목숨을 앗아간 동의대 사건, 반국가단체로 판결받은 남민전 사건 관련자도 유공자로 만들 수 있는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과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하는 안건을 야당 15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두 법안은 지난해 말 정무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법안 처리에 부정적이라 21대 국회 내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이 크자 법사위를 건너뛰는 본회의 직회부 요구 방식을 택한 것이다.
거야, 밀린 숙제하듯 법안 잇단 직회부…“21대 국회내 꼭 처리”
민주유공자법은 1964년 3월 24일 이후 민주화운동 사망자·부상자와 가족 및 유가족을 유공자로 인정해 지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당초 발의안에 교육·취업·대부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586 운동권 카르텔 특혜법” 등의 비판이 일자 민주당은 지원 범위를 의료·양로·요양 등으로 축소했다. 그럼에도 대상자 선정 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됐다.
여당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 7명이 사망했던 동의대 사건, 활동 자금을 마련한다고 무장강도 행각을 한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 관련자들이 전부 민주유공자 심사 대상”이라며 극구 반대했다. 국민의힘 정무위원들도 “심사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도 부재하고, 명단과 공적 모두 사실상 깜깜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혜택을 주는 법안은 자칫 국민 간 형평성을 해치거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 다뤄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이중·삼중의 보상 제도를 이미 충분하게 마련한 것을 감안하면 21대 국회에서 민주유공자법이 다른 민생 경제 법안보다 더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유공자법과 함께 직회부 요구된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에 대한 단체교섭권 부여를 뼈대로 한다. 가맹점주들이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해 공정위나 지자체장에게 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등록된 가맹점주단체가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할 경우 가맹본부가 이에 응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한없이 기울어진 갑을 관계를 조금이나마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하나의 프랜차이즈에 다수의 복수노조가 생겨 본사와 점주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18일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등 5개 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되는 등 21대 국회 임기를 한 달여 앞두고 민주당 주도의 단독 법안 처리가 본격화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1대 국회 마무리 전에 본회의에 직회부된 주요 민생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법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들 법안 역시 “하나하나 풀어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경상도 말로 깽판을 하는 것인가”(강기윤 의원)는 등 여당 반대에도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돼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당장 원하는 성과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런 흐름이 거듭될수록 유권자들로 하여금 ‘표를 괜히 몰아줬나’ 하는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23일 만나 21대 국회를 마무리하기 위한 5월 임시국회 일정을 협의했으나 쟁점 법안을 둘러싼 이견으로 의사 일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상주 입는 걸 왜 고인 입히나” 대통령 염장이가 때린 ‘삼베옷’ | 중앙일보
- 침묵 깬 유영재 "더러운 성추행 프레임, 부끄러운 일 한 적 없다" | 중앙일보
- 러닝머신 아까워 못 버린다? "대신 1억 버렸네" 그의 팩폭 | 중앙일보
- 경기 직전 라운드걸 엉덩이 찼다…돌발행동한 파이터 결국 | 중앙일보
- "팔 지져 버린다" 후배 협박한 오재원…이승엽 "면목이 없다" | 중앙일보
- 폐업 모텔서 2년 된 시신 발견…기초수급 70만원 계속 지급됐다 | 중앙일보
- "말이 되나" 욕먹더니 결국…2000조원 드는 '빈살만 시티' 휘청 | 중앙일보
- 47t짜리 괴물이 걸어다니는 곳…항공우주도시의 반전 매력 | 중앙일보
- 악어 인형탈 쓴 부회장 "중년도 핏이죠"…영업익 132% 뛴 비결 | 중앙일보
- 입 연 클린스만 "이강인, 손흥민에 무례한 말…누군가 책임져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