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칸영화제 한국영화 실종 내막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2년 연속 한국영화 진출이 불발됐다. “한국영화 ‘넥스트’가 안 보인다”는 해외 반응도 들린다. 최근 10년간 칸 경쟁에 나선 한국감독 명단을 보면, 이유가 보인다. 세계적 반열에 오른 박찬욱·봉준호·이창동·홍상수 감독의 돌림노래였다. 이들 신작이 없는 해는 자연히 공백이 생겼다.
이 중 ‘막내’격인 봉 감독의 데뷔가 2000년이다. 이후 20년간 한국영화 산업은 상업 대중 영화 위주로 팽창해왔다. 칸에서 장르 영화를 트는 심야상영 부문은 한국영화가 2014년부터 거의 매해 개근했다. 올해 칸에 가는 유일한 한국영화 ‘베테랑2’(사진)도 이 부문에 초청됐다.
그러는 사이 2000년대 한국영화 역동성을 이끈 개성 강한 작가주의 신인들의 중소규모 독립·예술영화는 시장이 사라지며 신작도 줄었다. 그간 칸에서 공식경쟁 전초전 격인 비경쟁,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 주간, 비평가 주간 부문에서 주목받은 젊은 감독들은 장르색 짙은 상업영화나 OTT 시리즈에 매진했다.
올해 칸의 아시아 영화로는 인도·베트남·중국 신진 감독들이 돋보인다. 한국을 배우겠다며 영화산업에 집중 투자한 사우디아라비아도 처음으로 공식 선정 작품을 배출했다. 다국적 투자로 ‘검증된’ 작품이 주목받는 요즘 국제영화제 추세 때문에 국내 투자에 주로 의존하는 한국영화가 약세를 보인다고도 한다.
힘든 시기일수록 씨앗을 심어야 할 정부가 최근 독립·예술영화 지원을 끊은 건 자못 근시안적으로 보인다. 5년 전 ‘기생충’의 쾌거는 그 전 20년간의 한국영화 성장의 결실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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