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호황인데…가구 29% 배곯는 ‘앨리스’
빈곤층은 아니지만, 생계 곤란을 겪고 있는 미국인의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 전체로 보면 ‘나홀로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에서 나타나는 역설적인 현상이다.
23일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약 29%가 ‘앨리스’(ALICE·Asset Limited, Income Constrained, Employed)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앨리스란 취직한 상태지만 자산과 소득은 제한되어 있어 주거비와 의료비 등 필수 생활비를 지불할 여력이 부족한 미국인을 뜻한다.
이들은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연 소득 4인 가족 기준 3만1200달러·개인 기준 1만5060달러)보다 소득이 높다. 이 때문에 정부 보조금과 식비 지원 제도(푸드 스탬프) 등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국 전역의 빈곤율은 하락하고 있지만, ‘앨리스’의 비율은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증가해왔다”고 전했다.
이는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는 미국의 경제 상황과 대비된다.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0.3%)를 상회했다. 지난달 실업률은 3.8%로, 2022년 1월 이후 줄곧 4%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앨리스의 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임금 인상 속도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7.5%(전년동월대비) 급등해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유나이티드포앨리스에 따르면, 저소득 가구의 필수 생계비 항목(주택·보육·식품·교통·의료·통신)으로 만들어진 ‘앨리스 필수품 지수’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앨리스 필수품 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3.3%,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평균 2.5%였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인플레이션이 일반적인 미국인보다 앨리스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빈곤율은 12.4%로 전년도 7.8%에서 크게 뛰었다. 반면 미국 증시 호황에 힘입어 부유층의 부는 더욱 성장하고 있다. CNBC는 “지난해 미국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자산 상위 1%의 자산은 지난해 말 역대 최대인 44조6000억 달러를 기록했다”면서 “자산 상위 1%가 국가 전체 부의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 간 격차가 심한데, 비숙련 노동자가 종사하는 제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나오지 않아 빈곤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민자가 많은 미국 인구 구조 특성상 복지제도 확대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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