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1위’ 노인 빈곤율, 부동산 연금화 땐 14~16%P 낮아져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70)씨는 통계상 ‘빈곤층’ 노인이다. 그는 은퇴한 뒤 연금을 포함해 월 100만원가량의 소득으로 살아간다. 통계에선 가구 중위소득(중간값)의 50%(약 144만원, 2022년 기준) 이하 가구를 빈곤층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김씨가 사는 집은 12억원이 넘는다. 대출도 없다. 소득은 적지만 자산을 보면 빈곤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연금을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 때 흔히 소득을 기초로 한 노인 빈곤율이 높다는 통계를 근거로 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이 40.4%다. 회원국 노인 빈곤율 평균(14.2%)의 3배 수준으로 압도적 1위다. 에스토니아(34.6%)·라트비아(32.2%)가 뒤를 이었다. 미국(22.8%)·일본(20.2%)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OECD는 “한국의 연금 제도는 미성숙하며 고령 노인이 받는 연금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 번 돈을 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한국의 특성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2.4% 수준이다(2022년 기준). 미국(38.7%)과 차이가 크고, 유럽(60~70%)보다 높다. 지난해 3월 기준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순자산(자산-부채)은 4억8630만원으로 나타났다. 40대(4억3590만원)보다 많고 50대(4억9737만원)와 비슷하다. 30대 이하(2억3678만원)의 2배 수준이다.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노인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노인 빈곤율 통계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게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자산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한 빈곤율 통계를 마련해야 연금 개혁안도 정교해진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경우 기존보다 7~8%포인트, 자산을 맡겨 연금으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기존보다 14~16%포인트까지 빈곤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펴낸 보고서에서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쓸 돈이 없는 고령층에 주택연금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젊은 노인’일수록 덜 가난한 측면도 있다.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2014년 47.1%에서 2021년 37.7%로 낮아지는 동안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65~69세) 빈곤율은 같은 기간 33.1%에서 21.7%로 줄었다. 빈곤율이 노인 평균 대비 16%포인트가량 낮다. 1950년대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 고속성장과 함께 자산을 불렸고, 1988년 도입한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한 측면이 반영됐다.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한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주요국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높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2022년 기준 60세 이상 중 소득 상위 20% 가구가 평균 연 1억6017원을 버는데, 하위 20%는 1369만원에 그쳤다. 전 연령대 중 5분위 소득은 가장 높고, 1분위 소득은 가장 적었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50년대 이전 출생 세대에 기초연금을 더 많이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덜 빈곤한 50년대 이후 세대에는 기초연금을 축소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며 “기초연금 재원을 다른 노인 복지제도에 투입해 고령층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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