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임초리에서 6

전병선 2024. 4. 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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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께 다시 편지를 보냈다.

우리의 결혼식이 12월 11일로 잡혔다는 것과 간소하게나마 상견례 겸 그 댁의 가족들을 만났는데 모두 좋은 사람들이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분들임을 알게 되어 더욱 안심된다는 내 마음을 전해드렸다.

그러나 결혼식장을 교회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 한마음으로 격려해 주었다고 했다.

그날 목사님은 나에게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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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께 다시 편지를 보냈다. 우리의 결혼식이 12월 11일로 잡혔다는 것과 간소하게나마 상견례 겸 그 댁의 가족들을 만났는데 모두 좋은 사람들이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분들임을 알게 되어 더욱 안심된다는 내 마음을 전해드렸다. 회답은 곧바로 도착했다.

아버지는 젊어서부터 허리에 지병이 있었는데 병이 악화하여 도저히 결혼식에 참석할 수가 없어서 어머니만 올라오신다는 내용이었다.

신랑 측은 형과 형수님, 외할머님 한 분과 외삼촌이 있었고 그 외에도 친가 외가 사촌들이 많았는데 가족 친지를 통틀어 유일하게 혼자 신앙생활을 해 온 것이다. 그러나 결혼식장을 교회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 한마음으로 격려해 주었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가 마지막 임종 시간에 자식들에게 당부했던 간절한 말이 있었다. “너희들은 꼭 예수 믿어야 한다.”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는 원아 생활을 하는 동안 특별한 사랑을 받고 살았다고 한다. 매년 영어 수학 경시대회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개최되는 것처럼 느끼곤 했다는 것이다. 전주시의 기관장들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주었을 때마다 마치 그 고아원의 존재가 자신의 어깨에 달린 양 부담을 느끼며 매 경시대회에 출전하였다는 것이다.

무척 어려운 시국이었지만 각 기관에서 고아원의 열악한 환경을 물심양면으로 많이 살펴주었다고 했다. 그 시절 각 시, 군에서 고아원에 원아 중에 특기 장학생이나 전국 영어 수학 경시대회의 우승자를 격려하며 위로하는 연중행사가 있었다. 그 지방 군수를 비롯한 각 기관장이 한시적으로 양부모처럼 영양제도 공급해주고 참고서도 사주는 제도였다. 원생들이 도움을 받을 유일한 기회였다. 동시에 그런 행사를 치른 뒤에는 반드시 기관장의 자녀를 지도해야 하는 일도 뒤따랐다고 한다.

그날 목사님은 나에게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는 요셉 같은 삶의 철학을 가진 자라고 하셨다. 결혼 날짜를 정하고 나니 할 일이 너무 많아졌으므로 거의 매일 오후 그를 만나 한 가지씩 준비해야 했다. 결혼식 비용을 줄이려고 동대문 남대문으로 시장 골목에서 우거지 국밥과 떡볶이로도 하루의 피곤이 풀리고 그저 행복했다.

1970년 12월 또 문학적인 내 소질을 격려해 주면서 틈틈이 글을 써보라 권유하기도 했다. 그는 매일 12시를 넘기지 않고 일어섰다. 처음 만났을 때 네게 결혼 대상을 두고 어떤 기도를 해 왔느냐는 질문에 첫 번째 성결한 사람, 두 번째 섬세하고 인자한 사람, 세 번째는 부모님이 계신 사람을 원했다고 말했다.

결혼 준비는 우선 외할머니와 이모님들 침구와 한복을 해드리고 중고가구점에서 싸구려 1500원짜리 단칸 옷장 하나를 샀다. 서로 20만원씩 마련한 현금을 펼쳐놓고 합해서 카드놀이 하듯이 섞었다. 그는 아직 졸업 전인 학생이어서 그에 비해 나는 경제력이 있었지만 결혼비용을 여자가 더 부담하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꽃밭지킴이>
-김국애

봄이 토방을 넘어왔다
겨우 내내 내리던 눈밭사이로
한 걸음씩 다가온 봄
뒷마당에 물오른 꽃망울아
소리치고 깨어나라
꽃잎들의 합창이 소란스럽다
우릴 무더기로 부르지 말아요
저마다 소중한 이름이 있어요

정원 지기 화살나무
뒷마당에 당당하게 서서
나는 봄의 향취로 왔어요
봄을 먹이고 봄을 지키는
나는 그냥 꽃이 아니에요
땅에 나를 묻어 다독이며
너는 내것이라고
내 심장에 새겨주신 이름

이슬 머금은 오월의 꽃밭
아무나 넘보지 못하는 것
늠름하게 팔 벌리고
밤낮 지휘봉 휘두르듯
적을 겨냥하는 무장 태세의
화살나무가 있어 안심이었다
봄의 선물 화살나무
꽃밭 지킴이 화살나무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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