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인적분할 후가 궁금하다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4. 2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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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등한 뒤 안정세 찾았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적분할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요동친다. 분할 후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며 주가가 한때 급등한 뒤, 다시 안정세를 찾은 분위기다. 증권가는 대체로 인적분할이 주가에 미칠 영향을 중립적으로 바라본다. 자회사들이 제외되며 실적 축소는 불가피하지만, 오히려 기존 복잡한 사업 구조로 인해 평가절하됐던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주가 측면에서 인적분할보다는 앞으로의 추가 수주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 축소 불가피

주가 영향 제한적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100% 자회사인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분리해 지주회사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아래로 옮기는 인적분할을 진행한다고 지난 4월 5일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신설 지주회사의 분할 비율은 9 대 1이다. 이에 앞서 증권가에서 먼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적분할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가는 바로 반응했다. 4월 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15% 오른 24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23만원 안팎을 오가다 4월 5일부터 22만원 아래로 내려간 뒤 4월 17일 종가 기준 22만원 선을 회복했다.

인적분할 소식에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과 비방산 혼합 포트폴리오로 인해 비교 기업 대비 주가에 높은 배수(멀티플)를 적용받지 못했다. 방산 업체로서 기업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실적 기준 7.7배다. 한국항공우주(21.7배), 현대로템(18배), LIG넥스원(15.7배) 등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배수다. 이번 인적분할로 비방산 사업을 떼고 방산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돼, 기존 할인 요소가 제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 실적이 제외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조8399억원, 4768억원이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결 매출액의 약 25% 수준이다. 두 회사 합산 영업이익은 609억원으로 8.8% 비중을 차지한다. 인적분할 시 그만큼의 비중이 실적에서 빠진다는 얘기다.

실적이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지표임에는 틀림없지만, 기업가치가 재평가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가에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이번 인적분할 결정으로 실적 축소는 불가피하지만 주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그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던 문제가 이번 분할을 통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방산부터 항공·우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데 있어 효율적인 의사 결정 구조와 자원 배분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한 결정이다. 언젠가 결정해야 한다면 현시점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IFV) ‘레드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방산 수요 견조

추가 수주 여부 중요

향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에 가장 중요한 요인 역시 실적이 꼽힌다. 특히 신규 수주 여부가 주가 상승폭을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전 세계가 지정학적 충돌 우려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테러와 프랑스의 파병 논의 등으로 긴장이 심화되는 중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도 이란과 시리아 지역으로 확산 양상을 보인다. 이처럼 전쟁 장기화로 무기 교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며, 방산 분야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 발생하는 무기 수요를 충족하기에 글로벌 생산능력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무기 수입국의 국방 예산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주요 무기 수입국 국방 예산이 전년 대비 10~20%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주포 K9과 장갑차 레드백, 다연장로켓 천무 외에도 미사일 추진제나 포탄 기폭 장치, 천궁 발사대 등 보조 품목도 공급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 방산 분야의 호황은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실적 추정치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한화의 올해 매출 추정치는 연초 9조9768억원에서 4월 9일 10조987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또한 연초 8442억원에서 9474억원으로 높아졌다. 연초 대비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12% 높아졌다. 내년 실적 추정치 조정폭도 크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내년 실적 추정치는 매출이 10조9890억원에서 12조411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9852억원에서 1조158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각각 13%, 18% 증가했다.

위경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불안한 글로벌 정세가 이어지고, 무기 교체 수요가 지속되는 한 방산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국내 방산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계열화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업종 내 성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3~4월 주가가 급등한 점은 투자자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3월 1일부터 4월 17일까지 약 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2.2% 뒷걸음질 쳤다. 주가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과 수익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전쟁 중인 국가들의 휴전 여부다. 최근 유럽은 전쟁이 장기화되며 국방 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한 분위기지만, 미국은 대선 이슈로 휴전에 대한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만약 전쟁 국가들이 휴전할 경우 단기적으로 방산 업종의 투자 심리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휴전 시 유럽 국가들의 무기 인도와 추가 수주 계약이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의 성장성과 업체의 성장 전략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연초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과 수출 증가, 우주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돼 급등세를 이어갔다. 물론 이번 인적분할도 순수 방산 업체로 면모를 확고히 한다는 측면에서 기업가치가 부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따라 추가 성장 전략에 대한 기대감도 유효하다. 다만 인적분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낮출 필요가 있다. 그보다는 방산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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