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똘똘한’ 초고가 주택, 이 불황에도…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4. 4.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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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꼬마빌딩도 울고 간다는 초고가 주택

서울 강변북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올림픽대교를 지나 왼쪽에 광장극동아파트가 나온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왼쪽에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포제스한강’이다. 부동산 개발회사 엠디엠플러스가 2019년 옛 한강호텔 부지를 약 1900억원에 매입해 개발 중인 부지다. 시공사는 DL이앤씨다.

포제스한강은 엄청난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다. 총 128가구 규모로 3.3㎡당 평균 분양 가격이 무려 1억1500만원이다. 전용면적 244㎡ 초고급 펜트하우스의 경우 분양 가격은 무려 150억~160억원. 강남에 어지간한 꼬마빌딩보다 비싼 가격이다. 소규모 고급 빌라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분양승인 대상 일반 아파트 중 분양가가 3.3㎡당 1억원을 넘은 것은 포제스한강이 처음이다. 광진구에서 가장 비싼 워커힐아파트 전용 162㎡ 시세가 28억~30억원 선으로 3.3㎡당 6000만원임을 감안하면 2배 차이가 난다. 그만큼 시행사 측은 고급시설을 두루 갖췄다고 자평했다.

분양 가격만으로 화제를 모았던 포제스한강. 가장 비싸게 분양했던 펜트하우스 물량까지 모두 팔리면서 또 한 번 부동산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용 244㎡ 펜트하우스 완판에 이어 다른 면적 역시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일부 잔여 가구가 남아 있던 전용 84㎡도 최근 완판됐으며 전용 115㎡도 거의 완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 123㎡와 213㎡ 약 20~30가구 정도가 미계약 상태로 남아 있으며 현재 계약률은 7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분양가 3.3㎡당 1억원 안팎 초고가 아파트임에도 빠른 속도로 분양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100억원대 이상 초고가 주택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주택 시장은 초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에는 수천 명이 몰린다.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한다. 반면 포제스한강 같은 초고가 주택 수요는 불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포제스한강 외에도 서울 대표적인 초고가 주택인 한남동 ‘한남더힐’,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은 물론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경우 연이어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100억원대 초고가 주택 인기

잇따라 신고가…집값 양극화 심화

10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인기는 포제스한강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전국 재건축 아파트 중 사실상 대장 격인 압구정3구역 구현대6·7차 전용 245㎡ 10층 매물은 지난 3월 115억원에 거래됐다. 종전 같은 면적 최고 가격은 2021년 80억원이다. 압구정 여러 아파트 중 100억원 이상 거래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구역 전용 245㎡는 56가구에 불과한 데다 대지지분이 124.8㎡로 가장 높다.

다른 강남 내 초고가 주택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175㎡는 지난 1월 90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면적 직전 거래가 2023년 7월 62억원에 팔렸지만 6개월 만에 28억원이 올랐다.

이 아파트는 2004년 준공돼 지어진 지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최고급 아파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존 집주인은 2007년 2월 40억5000만원에 매수했는데 16년 11개월 보유한 뒤 49억5000만원의 시세차익을 냈다.

부촌 아파트 대명사로 꼽혔던 도곡동 타워팰리스 역시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타워팰리스1차 전용 222㎡는 지난 2월 71억원에 팔렸다.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 매물은 지난 2월 73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지난해 11월 거래 가격인 70억원에 비해서 3억원 이상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 178㎡는 올해 2월 4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강북으로 올라가면 한남동이나 성수동 등에서 잇따라 초고가 주택이 거래되고 있다.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는 최근 99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5㎡ 역시 지난 2월 95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같은 면적이 지난해 10월 95억원에 거래된 후 4개월 만에 4억원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신흥 부촌’ 성수동에서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65㎡가 지난 1월 말 60억원에 손바뀜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65㎡는 올 1월 말 60억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윤관식 기자)
초고가 주택 인기 이유는?

초양극화 시대 희소성 부각

초고가 주택 거래가 활발한 이유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초고가 주택 매수자들은 대부분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초고액 자산가로, 희소성과 상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담은 1·10 대책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정 등 관련 규제가 완화됐다.

시장 침체기에는 일반적인 수요가 줄어든다. 매도자는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렵고 매수자는 좀 더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찾기 때문에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초고가 주택 시장은 다르다. 희소성이 높은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자산가 수요는 시장 침체기에도 일정 수준 유지되기 때문에 매도자가 가격을 내릴 유인이 적다. 즉, 초고가 주택 시장은 고금리나 대출 요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가들이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도 가격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만약 거래가 이뤄지면 이전 거래가 대비 큰 폭으로 오른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강남 내에서도 소위 말하는 ‘똘똘한 한 채’를 넘어 ‘슈퍼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수요층을 세분화해보면 고소득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초고가 주택 수요층은 철저하게 분리됐으며 경제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일종의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돼 있다”며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초고가 주택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프랭크가 발표한 ‘2024 부(富)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100개 도시 고급주택가격지수(PIRI·Prime International Residential Index)가 2023년 평균 3.1% 상승했다. 서울은 지난해 6.2% 상승했다. 세계 주요 100개 도시 중에서 18위,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에서는 4위다.

공급 측면에서는 서울 땅값 상승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시행사들이 서울 내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싼 값에 땅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포제스한강이 대표적이다. 결국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토지를 구입하다 보니 기본적인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초고가 주택을 지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비싼 땅값 → 초고가 분양 → 기존 초고가 주택 가격 상승 등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초고가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부동산 시장 초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2022년 3.3㎡당 3178만원으로 좁혀졌던 강남 3구와 그 외 서울 지역 아파트의 매매가 격차는 올해 3월 기준 3372만원으로 확대됐다.

서울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매매 가격 차이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도 2018년 9월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상위 20%(5분위) 평균 매매 가격은 24억6383만원, 하위 20%(1분위)는 4억969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20% 가격을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4.95로 지난 2018년 9월(5.01) 이후 최고치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고액 자산가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고급 주택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초고가 주택 시장은 매우 특수한 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만 보고 전체 시장 변화로 단정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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