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알파벳 주가…지금 들어가도?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4.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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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니피센트7 제외 수모

팹4.

2024년 상반기 뉴욕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는 엔비디아·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을 가리키는 용어다. 지난해 증시 주도주인 매그니피센트7에 속한 기업 중 알파벳·애플·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종목이 포함됐다. 이미 매그니피센트7이 가고 팹4 시대가 왔다는 전문가 분석도 속속 나온다.

그중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주가가 유독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 들어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3월 말까지 엔비디아(87%), 메타(40%), 아마존(17%), 마이크로소프트(12%) 주가 상승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0%) 상승폭을 웃돈 반면 알파벳(8%) 수익률은 지수와 비교해 부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알파벳에 기대를 걸어볼 여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AI 하드웨어에 투자 집중

반독점 규제 우려 확산

지난해 인공지능(AI)은 증시를 주도하는 테마로 떠올랐다. 특히 AI 하드웨어 업체를 중심으로 주가 강세가 나타난다.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4월 17일 종가 기준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년간 무려 204% 상승했다. 올해 엔비디아의 증시 상승 기여도는 S&P500지수에서 37%, 나스닥지수에서 64%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돋보인다. 생성형 AI에 필수적인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덩달아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1년간 SK하이닉스 주가 상승률은 104%에 이른다.

반면 소프트웨어 업체로 분류되는 알파벳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AI 투자 수혜를 엔비디아가 집중적으로 누린 가운데, 구글이 야심 차게 내놓은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가 챗GPT보다 뒤처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미나이가 미국의 역사적 인물을 유색 인종으로 잘못 생성하는 오류가 발견된 점이 치명적이었다. 지나치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짜여진 알고리즘 때문에 알버트 아인슈타인 등을 유색 인종으로 그려낸 것. 이후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사퇴 요구까지 벌어졌다. 알파고 등 지난 몇 년간 AI 분야에서 선두에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시장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는 진단이다.

알파벳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 매출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도 주가 상승을 제한한 요인으로 꼽힌다. 알파벳은 지난해 4분기 광고 매출 65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660억6000만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기업들이 고금리로 인해 마케팅 예산을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광고 매출이 부진하자 AI를 활용한 수익화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여기에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검색 대중화가 구글의 광고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광고를 통해 이용자가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다. 그러나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검색하면 이용자가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하는 횟수를 줄여 광고 기반 매출이 축소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반독점 규제 움직임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빅테크 독점을 제재하는 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반독점법인 셔먼법 2조는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했다. 빅테크가 외부 앱이나 대체 앱스토어 설치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하고 자사 서비스가 경쟁 업체보다 더 많이 노출되도록 하는 우대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다. 일본도 4월 중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구글이 규제 주요 대상으로 꼽힌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구글과 유튜브가 누리는 독점적 지위는 언제든 반독점 규제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며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독점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점이 알파벳 주가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매그니피센트7 다른 종목 대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
빅테크 중 PER 매력 높아

제미나이 성과 중요

그럼에도 알파벳 주가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다른 빅테크와 비교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이 근거다. 하나증권·KB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이 추정한 올해 알파벳 PER은 평균 22.4배다. 이는 매그니피센트7 종목인 마이크로소프트(32배), 애플(25.9배), 엔비디아(32.8배), 아마존(43배), 메타(26.4배), 테슬라(59.1배) 가운데 가장 낮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로 1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느냐를 나타낸다. 배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EPS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됐다는 의미다.

알파벳이 과거에 적용받은 PER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알파벳의 최근 5년 평균 PER은 24.6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알파벳에 적용되는 PER이 지난 5년 평균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알파벳의 PER 하단은 약 20배 정도”라며 “이를 적용할 때 135~150달러 수준의 주가는 투자자들이 진입하기에 적당한 영역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알파벳의 수익화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이 기존 유료 구독 서비스 ‘구글 원’에 특정 AI 기반 검색 기능을 추가하는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구글 원은 이용자가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구글 드라이브의 여유 공간과 제미나이 상위 버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여기에 추가 요금을 내고 이용 가능한 신규 AI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정확한 기술 개발 상황과 유료화 여부, 출시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FT는 덧붙였다. 이 같은 수익화 전략은 알파벳의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같은 이유로 알파벳의 올해 실적 추정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월가가 추정하는 알파벳의 올해 매출은 연초 3419억달러에서 4월 15일 3536억달러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986억달러에서 1032억달러로 올라갔다.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가 각각 3.4%, 4.7%씩 상향 조정된 것. 회사가 1년간 올린 수익에 대한 주주의 몫을 나타내는 EPS 추정치 또한 연초 6.7달러에서 7.1달러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같은 기간 알파벳 목표주가는 155달러에서 168달러로 8% 상향 조정됐다.

알파벳이 과거 랠리 중후반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알파벳의 강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부각되면서 랠리 중반 이후 주가 상승세가 두각을 나타낸 사례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2010년 이후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 주도하던 시기와 2020년 비대면주 랠리 시기 모두 알파벳은 강세장 중반부에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났다”며 “지난 1년간 다른 빅테크보다 주가 상승폭이 작았지만 갈수록 펀더멘털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가가 상승폭을 키우려면 회사가 내놓는 생성형 AI 모델이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성능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만약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중장기적 성장 기대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 주식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하고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충돌 우려로 기술주 주가 상승이 제한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단기적으로는 알파벳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4월 말로 예정된 기술주들의 실적 발표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광고와 클라우드, AI 시장의 전망을 확인한 후 진입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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