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성패, 이사회에 달려” 금투업계·학계 한 목소리

백서원 2024. 4.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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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심포지엄서 “이사진 전문성 제고” 공감대 형성
일반주주 소통 확대 및 사모펀드 활성화 주장 제기
이관휘 서울대 교수가 2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에서 개최된 ‘기업 밸류업 성공을 위한 과제’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책 성과를 거두려면 이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계와 금융투자업계, 행동주의 펀드 등은 이사회 기능 강화에 제도 개선의 초점을 맞춰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관휘 서울대 교수는 한국증권학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에서 개최한 ‘기업 밸류업 성공을 위한 과제’ 정책 심포지엄에서 “결국 밸류업의 성패는 이사회의 역할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 기조발제자로 나선 이 교수는 “밸류업은 규제와 자율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이사회 개선 감시와 처벌은 강제하고 주주 환원과 수익성 개선방안 등은 자발적으로 수행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은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충실하도록 기반을 다신 후 밸류업을 시행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 제고를 밸류업 목표로 잡으려면 터널링(지배주주가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 자산을 빼돌리는 행위)으로 인한 대리인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창모 한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성공을 위한 과제’ 정책 심포지엄에서 첫 번째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행사에 참석한 다른 이들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보탰다.

강창모 한양대 교수는 첫 번째 주제발표에서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해 지배주주의 과도한 지배권을 제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한 지배주주의 과도한 영향력을 제한하고 이사회가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일반 주주들이 이사회를 통해 의사를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는 “이사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기업들의 내부거래가 꽤 있다”며 “이는 저희도 공시를 통해선 알 수 없고 내부자 제보가 있을 때만 알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금처럼 국내 증시 저평가 관련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적은 없었다”며 “지금이 밸류업의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를 위해선 내부거래 공시 기준 강화와 이사진 업무 전문성 제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성공을 위한 과제’ 정책 심포지엄에서 두 번째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주제 발표에 이어 안희준 성균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학계·기관투자자·업계 전문가 패널 토론에서도 이사회의 역할론이 부각됐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이사회의 활동을 일정 수준 보상과 연계한다면 그 역할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외이사들은 사내이사나 다른 임원들에 비해 실무 쪽을 더 잘 알기는 어려우니 주주들과 소통하는 일을 맡기는 것도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수철 NH투자증권 운용사업부 총괄대표는 “밸류업의 목표는 이사회의 변화가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며 “규제를 이용하는 방식보다는 이사회가 스스로의 의무를 훨씬 더 크게 느끼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행동주의 펀드나 주주권 행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지배주주의 경영권이 너무 막강하고 아무런 위험이 없어 이사회가 일종의 독재 상태에서 운영돼 제 기능을 못하는 게 문제”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은 사실상 단순한데 일반 주주의 미래적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들의 밸류업을 위해 사모펀드(PEF)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일본은 저평가된 기업들을 PEF가 발굴해 저가에 산 뒤 밸류업을 시켜 다시 상장하는 것이 활성화 돼 있다”며 “인수·합병(M&A) 시장도 같이 활발해져야 상장 기업의 밸류업도 지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들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고 혁신 성장을 일으켜야 한다”며 “밸류업은 주식시장의 발전과 주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기업들이 성장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정책과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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