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화 그만”…해병대 예비역 단체, 채상병 사건 '국회행' 비판

이근평 2024. 4. 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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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전우회 등 해병대 예비역 단체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숨진 고(故)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정쟁화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 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법'을 놓고서는 “정상적인 부대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냈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해병대전우회 중앙회에서 이상훈 전우회 총재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의 조속한 조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이상훈 해병대전우회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해병대전우회 중앙회에서 “정치권이 장병 순직을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보면 안 된다”며 “(채 상병 순직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이 정쟁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본질과 관계없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예비역 사이에서도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일부 예비역 단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을 주장하는 ‘해병대예비역연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순직 장병 사건에 누가 관련됐는지 등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법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다시 군사대비태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적과 대치하는 장병들도 혼란을 겪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나 정치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정식 예비역 단체가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 때문에 몇몇이 모여 자기들의 편향된 목소리를 내는 전우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100만 해병대 전우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해병대전우회 등은 이날 '해병대 조기 정상화를 위한 입장문’을 내고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조속히 끝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조사 방법이 무엇이든 사태의 본질을 흐리지 말고, 관계 당국은 하루빨리 조사를 끝내서 그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재난 위기에 투입된 해병대 장병이 순직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며, 그 외 누가 개입했다는 문제는 수사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과 야6당 지도부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야6당-해병대예비역연대,채상병 특검법 신속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또 “해병대가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합당한 조치를 해 달라”며 “정치와 군사를 분명히 분리해 해병대가 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군통수권 차원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이 총재는 “예비역 단체인 우리가 ’누구를 교체하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주요 지휘관의 교대 또는 직위 전환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이를 놓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의 거취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 사령관의 임기는 올해 말 종료되지만, 이번 주 예정된 장성 인사에서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은 김 사령관을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한 상태다.

이 총재는 “해병대 출신으로 식당에 가기 어려울 정도로 눈초리가 따갑다”며 “해병대가 다시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어려움에 처한 해병대에 다시금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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